부모님의 관심을 끌고 싶다며 거주지에 불을 낸 2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보호관찰도 명령했다.A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아버지와 함께 살던 총 11개동 1281세대가 거주하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서 옷가지에 불을 붙여 건조물을 태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이 불로 수리비 626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A씨는 본인 소유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불은 옷장과 침대 등을 태우며 천장과 벽면까지 옮겨붙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옷장에 걸려 있던 티셔츠, 즉 현주건조물이 아닌 일반 물건에 대해서만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옷에 불을 붙이면 옷만 조금 타다가 바로 꺼지고 옷장에 작은 그을음만 남을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파악됐다.A씨는 가정불화로 인해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불이 난 상황을 촬영해 가족에게 전송하면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부친과 다투고 여동생의 집으로 간 어머니는 본가로 돌아올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필적으로나마 건물에 불이 붙을 가능성까지 인식 또는 용인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옷이 다 타기 전이 돼서야 물을 받으러 나갔고 대야에 물을 받아 돌아왔을 땐 이미 옷장 전체로 불이 옮겨붙은 상황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옷장과 천장·벽체 등을 통해 확산한 화염에 의해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등이 소훼된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고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는지로 파악된다.재판부는 "범행 장소가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로서 불이 제때 진화되지 않았더라면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었다"며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 어머니는 본가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주거지에 불을 놓은 것으로 범행 동기, 피해 정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다만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점, 피해자인 피고인의 부친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고 가족들이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는 점, 당일 음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후 세무회계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학과에 편입해 학업에 매진하는 등 성행 개선을 다짐하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