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또래보다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겪을 확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전문적인 분석이 나왔다.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중독 문제를 다룰 때 단순히 이용 시간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기기를 다루는 태도와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선재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 같은 인과관계를 규명한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과 정신건강’ 연구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정 교수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자녀다.
정 교수는 청소년이 미디어에 참여하는 형태에 주목했다. 이용 시간이 다소 길더라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문제가 적지만, 제어력을 상실해 학업이나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문제적 사용’ 단계에 진입하면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 고위험군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 위험도가 약 3.2배 높았고 불안 증세는 약 3배, 수면장애는 약 2.6배 치솟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4시간을 넘겨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청소년층에서는 자살 생각이나 이를 시도하려는 위험 성향도 함께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디지털 기기 노출이 무조건 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1시간 미만의 스크린 이용은 오히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용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는 스크린의 종류를 불문하고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위험 요인이 점차 불어났다.
성별에 따른 편차도 두드러졌다. 장시간의 스마트폰 노출이 정신건강을 해치는 경향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서 훨씬 강하게 관측됐다. 여학생 집단이 에스엔에스(SNS)상에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또래들의 평가, 신체적 이미지 등 심리사회적인 자극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청소년의 심리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지만, 매체 자체가 유해하다기보다는 이용 행태가 변수다. 타인의 피드를 무의식적으로 훑어보거나 화면을 끊임없이 내리는 수동적 소비 행위, 그리고 오프라인 소통을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버릇은 우울과 불안을 심화한다. 반면 타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쌓고 정신건강 정보를 탐색하는 능동적 결속은 오히려 심리적 방어벽 역할을 수행한다.
정 교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정책의 패러다임이 물리적인 시간 제안을 넘어 정신건강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환경적 설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이 학교 내부나 특정 연령대, 플랫폼 자체를 통제하는 환경 규제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국내 사법·교육 당국도 구조적인 보호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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