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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도 무죄,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ㅇㅅㅎ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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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분식 회계·주가 시세조종 등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지 약 1년 만이고,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이날 “파급 효과가 큰 공소 사실을 추측, 시나리오, 가정(假定)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자본시장법상 부당 합병·주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하게 합병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모두 깨진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이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항소심에서 2144건에 달하는 추가 증거를 제출하고, 작년 8월 서울행정법원이 ‘2015년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자 공소 사실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2015년 회계 처리에 (분식 회계 등)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회장 변호인단은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긴 시간이 지났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하게 합병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앞서 이 회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 때부터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아 9년여 동안 수사와 재판에 시달렸다. 두 차례 구속됐고, 재판만 185차례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해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진회색 정장 차림의 이 회장은 법정에서 선고 내용을 듣는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19개 혐의에 대해 연이어 무죄가 선고될 때도 이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과정이 분식 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에피스는 자회사일 때 장부가격으로 2900억원이었는데, 관계회사가 되면서 시장가격인 4조8000억원으로 가치가 급상승했고, 당시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도 흑자로 돌아섰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계사·전문가와 합의해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 잠식에 빠지는 것에 대해 고민한 노력을 거짓 회계 처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올바른 자료를 기재한 이상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 합병이란 주장에 대해 “당시 합병이 이 회장 승계를 위해 형식적으로 검토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그룹의 미래전략실과 조율하고 협력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두 회사 의사와 관련 없이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래전략실이 대략 검토한 후 본격적인 검토는 두 회사가 자체적으로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합병이 승계만이 아닌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으로도 이뤄졌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도를 만들었다는 데 대해서도 “제일모직 주가 부양을 위한 비정상적 거래가 관찰되지 않았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도 “삼성물산 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하지 않았고, 주주들에게도 재산상 손해를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기조에 맞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한 결과가 이제야 나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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