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어스름 깔린 이른 저녁부터 골목 안쪽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실내 포장마차 앞에는 벌써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청년들이 있다. 대구 중구 ‘교동 거리’의 저녁 풍경이다. 이 거리는 대구 중심가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현재는 청년들이 밤을 밝히는 ‘힙’한 거리다.
케이크 상자와 꽃다발 든 청년들, 스마트폰을 보며 상점을 찾아가는 커플들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고풍스러운 상점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장면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김예지(25·여)씨는 “교동은 늘 북적여 활기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여자 친구와 함께 막창 집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정모(29)씨는 울산에서 이 거리를 찾아왔다. 정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교동 정보를 접했고 대구 친구들도 추천해 오게 됐다. 이틀 동안 교동 골목과 인근 동성로 등을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대구에서 20~30대가 핫플레이스로 꼽는 곳이 바로 이 교동 거리다. 상인들에 따르면 대략 평일 8000명, 주말 1만2000명이 교동 거리를 찾는다. SNS에는 ‘교동’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56만건을 훌쩍 넘겼다. ‘교동카페’는 39만건, ‘교동맛집’은 26만건 이상이다. 교동 거리의 인기는 대구에서 전국구 인지도를 얻은 ‘김광석길’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받는다.교동 거리는 330m의 교동 전자거리 일부와 시청네거리~귀금속거리 약 450m 구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두 구간이 겹친 십자가 모양의 거리로부터 방사형으로 골목골목 이색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다. 약 10만㎡ 면적에 청년층을 타깃으로하는 가게가 200여곳 모여 있다. 지역에서는 이 일대를 ‘교동’ 또는 ‘교동 골목’이라고도 부른다.인기 비결은 특별한 풍경이다. 교동 거리의 컴퓨터·전자제품 가게 사이에는 트렌디한 카페와 선술집, 막창 가게, 남미식 펍, 피자집, 편집숍, 기념품 가게 등이 섞여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부터 낡은 간판이나 실내 장식을 그대로 살린 가게들, 전통시장까지 이질적인 공간이 서로 뒤섞이며 특색 있는 풍경을 낳았다. 골목에 숨어 있는 가게를 찾는 재미도 있다.교동 거리는 낮과 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밤을 밝힌 가게들이 문을 닫은 뒤 낮 시간대 거리는 적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다. 과거 교동을 대표했던 교동시장, 패션주얼리전문타운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교동은 6·25전쟁 피란민이 외제품을 사고팔던 도깨비시장으로 유명했다. 1970~90년대 전자거리와 귀금속거리가 상권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고 교동시장에도 사람이 몰렸었다. 과거 대구의 청년 집결지로 통했던 동성로와 가까운 덕분에 거리는 늘 활기찼다. 1972년에는 동아백화점(2020년 폐점)까지 들어서면서 호황을 누렸다.쇠퇴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경기 불황에다 인터넷 쇼핑 활성화 영향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급감했다. 2002년 북구 대구종합유통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자거리 상인들은 교동을 떠났다. 교동시장은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다. 그나마 귀금속거리가 낮의 상권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출처] - 국민일보[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3215988&code=11131419&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