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후발주자로 뛰어든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사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선두 경쟁을 본격화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AI 서버와 전장용 MLCC의 기술력을 발판으로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도 진출해 미래 MLCC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는 지난 14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가진 제품학습회에서 “개발 리소스(자원)의 70%를 AI 서버용과 전장용에 투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PC처럼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의 핵심 부품이자 삼성전기의 실적을 오랫동안 지탱한 주력 제품이다. 

1988년 MLCC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기는 최근 정체된 스마트폰·PC 시장을 넘어 AI 서버 및 전장용 제품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4~2030년 IT용 MLCC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2%인 반면 산업용(AI 서버)은 6%, 전장용은 11%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현재 데이터센터들이 많이 구축되면서 MLCC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AI 서버가 필요로 하는 커패시터 양과 용량은 일반 서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경쟁사와 선두 싸움 중이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LCC는 또한 ‘자동차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등장으로 자동차가 커다란 전자장치 덩어리가 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IT용 MLCC는 100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1대에만 약 2만~3만개의 MLCC가 들어가 전장용 시장은 MLCC의 최대 수요처로 평가된다. 

이 상무는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많아질수록 더 정제된 전원을 사용해야 오류가 적다”며 “MLCC는 전자제품 내 노이즈(신호간섭)를 제거해 정제된 전원을 만들어주기 떄문에 컴퓨팅 파워가 커질수록 더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AI 서버용 MLCC의 경우 크기 대비 더 높은 용량을 요구한다. 실제로 일반 서버의 경우 1대당 요구하는 MLCC 용량이 2만2000μF(마이크로패럿)인 반면 AI 서버는 60만μF에 달해 27배 더 많다.

사용 개수도 일반 서버는 2200개의 MLCC가 탑재되지만 AI 서버는 이보다 13배 많은 2만8000개를 필요로 한다.

이 상무는 “AI 서버 하나당 여러 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집적돼 열을 내다보니 MLCC도 105도 이상의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하는 조건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량·고온 등의 요구에 대응 가능한 회사는 삼성전기를 포함해 3개사 정도”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