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표현체연구동. 콩이 심겨진 화분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며 하얀색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상자의 정체는 식물을 회전시키며 촬영하는 ‘대량 검정시설’. 농진청 관계자는 “이틀에 한번씩 대량 검정시설에서 벼와 콩 등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이파리가 언제 얼마나 자라는지, 열매는 시기별로 얼마나 맺히는지 등을 비교해 우수한 종자를 선발하기 위한 과정이다. 농진청의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이 시스템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 농업의 종자 산업을 바꿀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농진청 표현체연구동은 기후변화와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피부에 해당하는 식물의 ‘표현체’ 정보와 몸속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글로벌 종자회사 바이엘은 디지털 육종을 도입해, 과일 크기는 크면서도 병에 강한 토마토 품종을 개발, 전통 방식에 비해 재배 시간은 17%, 노동력은 66% 줄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백정호 농업연구사는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듯, 식물이 아플 때도 촬영해 디지털로 해석하고 진단한다”며 “종자를 어떻게 교배하고 재배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식량과학원에서 육성한 벼 육성 집단 100종과 콩 핵심 집단 100종의 생육 기간 동안 시기별 이미지를 모두 수집했다. 총 11개 작물의 이미지만 340만장에 확보했다. 이미지 데이터 용량만 94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는 모두 슈퍼컴퓨터에 저장된다. 농진청은 지난해 9월 설립한 슈퍼컴퓨팅센터에서 디지털 육종, 농업 기상, 병해충 분야 연구를 진행한다.
슈퍼컴퓨팅센터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이 사용하던 모델을 농진청이 관리전환 받은 것이다. 농진청은 작년 11월부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농업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주요 작물의 유전형을 분석한다.
농진청은 슈퍼컴퓨팅센터를 토대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함과 동시에 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계화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고려해 적은 일손으로도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라고 농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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