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사망 이후 MBC가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면서 계약종료한 기상캐스터가 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받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불인정한 것과 정반대 판단이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MBC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최아리씨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지노위는 최씨가 MBC 측 지휘·감독에 따라 일해온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27일 최씨를 대리하는 노무법인 시선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8년 9월 MBC에 입사해 '프리랜서 출연계약서'를 맺고 일해왔다. 그는 MBC와 연단위로 계약을 8차례 맺고 일했다. 다만 올해엔 서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채 일해오다 2월7일자로 계약이 사실상 종료됐다. 최씨 측은 "(MBC는) 기간만료 통지도, 해고 통지도, 어떤 서면도 없이 방송 스케줄을 더 이상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끝냈다"라고 밝혔다.최씨 계약이 종료된 건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면서다. 지난해 초,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공론화됐다. 노동부는 오 캐스터 관련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MBC는 노동부가 괴롭힘 가해자로 확인한 한 캐스터와 지난해 5월 계약 해지한 뒤, 그해 9월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폐지' 방침을 밝히며 그 외 캐스터들과도 계약을 종료했다. 최씨는 지난 4월27일 프리랜서 아닌 노동자로 일해왔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다.최씨 측은 서울지노위에서 회사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일했다고 주장했다. 기상팀장을 비롯한 회사 측 관리자로부터 지시와 통보, 질책을 일상적으로 받으며 일했다고 했다. 그를 대리한 노무법인 시선 측은 최씨와 MBC 기상팀장이 나눈 카카오톡 업무 대화록을 제출했고, 여기에는 해당 팀장이 '왜 팀장 결정 안 듣나' '컨펌 안 했는데 왜 또 그렇게 했나' '왜 컨펌 없이 진행하나' '팀이 운영되는 방식이 있으니 따라주시길 정말 거듭 강조한다' 등 최씨를 질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말엔 최씨가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출근해 야외가 아닌 스튜디오 출연이 가능할지 묻자, 팀장이 '중계차는 편집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거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도 했다.최씨는 뉴스데스크 제작회의에도 참석했다고 했다. 노무법인 시선은 27일 보도자료에서 "방송에서 쓸 단어 선택, 사용할 화면, CG 구성과 줌인 방식, 마무리 멘트 워딩까지 원고가 작성되기 전 회의에서 정해졌다"며 "전형적 사전 지휘"라고 했다. 또한 "짧은 치마·요가복 착용 금지, 개인 SNS에 올린 사진에 대한 지적, 유튜브 촬영에서의 멘트·분장·노래 지정, 중계 시 마스크 착용 방식 지시까지 증거로 제출됐다"고 했다.최씨 측에 따르면 MBC는 지노위에서 최씨가 프리랜서로 일해왔다며 그가 주장한 업무 지시 내용을 "방송 제작에 수반되는 협업·품질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MBC 관계자는 이날 "지노위 판단은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정반대여서 노무관리에 혼란을 주고 있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가 담긴 판정서를 받아본 뒤 향후 대응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번 판정은 MBC 기상캐스터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와 엇갈려 파장이 예상된다. MBC 측은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이들과 계약를 종료하며 노동부의 판단을 그 근거 중 하나로 밝혀왔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이 노동위로부터 나온 것이다.앞서 노동부는 오 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노동자성을 두고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오씨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인정하면서도 노동자에는 해당하지 않는 '프리랜서'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동부 판단에 오씨의 노동자성을 주장해온 노동계와 언론운동단체들은 반발했다.오씨가 남긴 기록에선 기상캐스터들이 보도국 책임자의 지시와 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사내 기상캐스터의 정규직 전환과 사내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MBC 앞에서 28일 간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MBC의 기상캐스터 폐지 방침이 발표됐을 당시 어머니 장씨는 "요안나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단식에 나섰는데, MBC가 동료 캐스터들까지 다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최씨를 대리한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미디어오늘에 "7년5개월 동안 원고 단어 하나, 복장, 휴가 보고까지 회사가 정해줬다면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근로자"라며 "이번 판정이 방송사 비정규직 전반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