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04일 만에 제주 야자수숲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37)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에서 야자수가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등 타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제주경찰청은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감정서 일부를 공개했다.국과수는 부검 결과 장씨의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목뿔뼈(설골) 일부에서 골절이 확인됐다. 국과수는 "고도 부패 및 부분 백골화로 외상, 질식 등을 논하기 어려우며,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법의관은 장씨의 신원을 실종자로 특정했으며, 사인으로는 목맴(의사)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경찰은 부검 결과와 현장 감식 내용 등을 종합해 타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가 발견될 당시 소지품과 팔찌, 반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옷차림에서도 범죄와 관련된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씨가 발견된 야자수숲을 두고 자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에 있는 카나리아야자수에 가시가 많고 줄기나 가지가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야자수 줄기를 직접 당겨보는 등 강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나무 윗부분이 사람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됐을 때 야자수 상단부 가지에 끈이 묶인 그대로 발견됐다"면서도 "그게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개인의 판단 부분"이라고 했다.경찰은 장씨가 자택에서 끈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유족은 장씨가 평소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을 무서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뚜렷한 동기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의문이 이어지는 이유로 꼽힌다.특히 경찰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 실종 사건이 허위로 종결되면서 수색이 지연된 점이 논란을 키웠다. 시신 발견이 늦어지면서 부패가 진행됐고, 주요 동선의 CCTV 영상도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돼 사망 경위를 규명할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시신이 발견된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 수집 카메라 7대 등 공공 CCTV 118대의 5월 12~20일 영상은 보존기간인 30일이 지나 6월 11~19일 사이 모두 자동 삭제됐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한 것은 이달 19일이었다.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와 동기를 확인할 방침이다.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이날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많아 유족 분들께 상처가 되고 오해를 계속해서 낳고 있는 것 같다"며 "근거 없는 가짜뉴스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