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집단면역 아직 예상 못 해 코로나 상황, 2021년 말까지 개선될 것” 1차 백신 접종 4000만명 넘어서 백악관 “코로나 기원조사와 관련 中 충분한 원자료 제공 안 해” 비판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한 시장에서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장을 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가 21일(현지시간) 50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 1년 만에 제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장에서 사망한 미군 숫자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애초 올해 크리스마스쯤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했으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언제 집단면역에 도달할지 예상하기엔 이르다”며 “내년에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할 수 있다”고 유보적 견해를 드러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 코로나19 사망자는 51만여명, 누적 확진자는 287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미 NBC방송은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가 “애틀랜타 등 웬만한 도시 인구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2차 대전과 베트남 전쟁 전사자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 희생됐다”고 묘사했다. 미국인 670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셈인데 뉴욕시의 경우 시민 300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희생됐다.
이에 대해 파우치 소장은 “끔찍하다”면서 내년까지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연말까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1918년 일명 ‘스페인 독감’으로 불린 유행성 독감 이후 100년 동안 이번과 가까운 사망자를 낸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파괴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 AFP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은 “우리가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서 연말까지 정상 상태에 근접할 것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미국인들이 내년에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의 감염 수준과 잠재적인 바이러스 변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전에 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싶다”며 “미국이 언제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도 했다. 미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는 있으나 기존 백신들로는 예방이 힘든 변이 바이러스가 자꾸만 출현하는 탓이다. 파우치 소장은 폭스뉴스에 “현재 사용 가능한 백신은 미 전역에서 나타난 영국발 변이에 방어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에 대해서는 덜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은 4000만명이 넘고, 그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는 1700만명 이상이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보고서를 곧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 팬데믹이 어떻게 확산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중국이 충분한 원자료를 제공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WHO와 중국이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13일 성명에서도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및 확산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WHO에 제공해야 한다”며 “중국이 WHO 조사 보고서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