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본회의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가결했다.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감세안엔 트럼프 1기 때 시행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소득세·법인세 감세 조처의 일몰 폐지, 대선 공약인 팁과 초과근무 수당 비과세 등과 함께 미국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큰 건, 전임 바이든 정부 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원하는 전기차·배터리 보조금의 폐지 조처다. 이 법안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 부품·광물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 신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를 지원하는 제도를 애초 2032년에서 내년 말 조기 폐지하기로 했다. 미국 내 배터리 제조사에 생산량에 비례해 주는 보조금(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도 종료 시기를 기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 앞당겼다.

‘제도 즉시 폐지’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보조금 유지는 무산된 셈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법안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계속 배제되게 된 건 위안 삼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에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며 “보조금 지원 기간이 짧아져 이를 기대하고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 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을 본격 가동한 현대차는 물론,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 수요 축소라는 가뭄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감세 법안을 오는 7월4일 이전에 미 상원 승인을 거쳐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상원 의원들의 반발과 미국의 재정적자 급등 우려 등으로 최종 입법까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기업들의 우려가 큰 건 전기차·배터리 업종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행사에서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 미국의 모든 수입 스마트폰에 관세 최소 25%를 부과할 방침을 시사하며 “(관세 부과가) 아마 6월 말쯤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앞서 지난달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상호관세 부과 조처를 발표하며, 미국 내 물가 급등 등을 고려해 스마트폰·노트북 등 20개 품목은 관세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수입 반도체와 구리·의약품·핵심 광물 등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이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구체적인 세율과 관세 부과 시점까지 언급하며 현지 생산을 압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상당 물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