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충북 제천에 거주하던 한 60대 남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10평 남짓한 작은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현장은 퀴퀴한 냄새와 함께 남성이 생전 사용하던 물건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해충이 번식하고 있었다. 현장을 방문했던 유품정리사 A씨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은 죽음의 흔적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홀로 생을 마감한 ‘고독사’ 사망자가 4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전년 대비 263명(7.2%) 늘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7.2명에서 7.7명으로,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비중도 같은 기간 1.04명에서 1.09명으로 상승했다.이번 조사는 지난해 경찰청 형사사법정보 5만7145건을 분석해 고독사 요건에 부합하는 사례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복지부는 고독사 규모가 늘어난 원인으로 전국 1인 가구 비율이 2023년 35.5%에서 지난해 36.1%로 증가한 점을 꼽았다. 또 19세 이상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도움이 필요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성별로는 남성이 3205명(81.7%)으로 여성(605명, 15.4%)의 5배 이상이었다. 특히 연령대와 합쳐 살펴보면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50·60대 중장년 남성으로 나타났다. 6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고(1089명, 27.8%), 50대 남성(1028명, 26.2%)이 뒤를 이었다.우경미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중장년은 이혼, 사별 등 관계와 실직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이 중장년 남성은 본인의 어려움을 남들에게 토로하거나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앞서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은 올해 처음 정부 차원의 ‘고립사’(고독사) 사망자 수 통계를 집계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고립사 사망자 수는 2만1856명으로 추계됐다. 고립사로 분류된 사망자는 60세 이상이 1만7937명으로 전체의 82.1%를 차지했다.2021년 고독·고립 대책 담당 부서를 설치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을 시행하면서 고독사 실태 파악에 나섰다. 내각부에 대책추진본부를 만들어 본부장은 총리가, 부본부장은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꼽히는 관방장관이 맡도록 해 고립사 문제 해결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