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확산하던 2018년, 미 실리콘밸리의 맏형 IBM은 ‘5년 내 세상을 바꾸는 5가지 혁신 기술’을 세상에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예고했다. “이 기술들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당시 IBM은 25년 연속 미국 최다 특허 보유 기업 1위 자리를 수성하던 ‘기술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 장밋빛 전망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26년, IBM이 예고한 기술은 어떻게 됐을까. IBM의 단언처럼 인류의 난제를 해결해 냈을까.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더스쿠프가 8년 전 IBM이 조명했던 5가지 기술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설 특집 1편이다. IT 산업에 2018년은 ‘혁신’과 ‘규제’가 공존하던 해였다. 그 불안감이 가장 먼저 도달한 곳은 암호화폐 시장이었다. 2017년 말 2만 달러(약 2872만원)를 돌파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은 2018년 초 세계 각국의 규제와 해킹 이슈가 맞물리면서 고점 대비 80%나 폭락했다. 이는 시장에 불어닥친 첫번째 ‘암호화폐 겨울(Crypto winter)’이라고 일컬어진다. SNS 업계에선 초대형 데이터 유출 사고가 터졌다. 영국 정치 컨설팅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5년 수백만명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동의 없이 수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이 사건으로 실리콘밸리를 향한 대중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다른 기업들의 보안 능력에도 물음표가 찍혔다. 이밖에 태평양 바다를 뒤덮은 거대한 쓰레기 섬, 결함으로 가득했던 초창기 인공지능(AI) 등 우려할 만한 이슈가 적지 않았다.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었던 걸까. 그해 3월, IBM 글로벌 연구소는 ‘5 in 5’란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산업계에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크립토 앵커’, 격자 모양에서 착안한 보안 기술 ‘격자 암호화’ 등 ‘향후 5년 내 세상을 바꿀 5가지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술들이 무너졌던 소비자 신뢰를 다시 쌓고, 훗날 인류의 앞날을 밝게 비추는 ‘길잡이’가 될 거란 게 보고서의 함의含意였다. 그렇다면 8년이 흐른 현재, IBM이 제시했던 기술들은 어떤 열매를 맺었을까. IBM의 예견대로 세상을 바꿔놨을까. 하나씩 살펴보자.기술① 크립토 앵커=IBM이 주목한 첫번째 기술은 초소형 컴퓨터 ‘크립토 앵커(Crypto-anchor)’였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크기와 가격이다. 100원이면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1㎟ 크기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웬만한 컴퓨터로서의 기능은 다 갖췄다. 수십만개의 트랜지스터, S램, 전력공급용 광전지, 통신기가 탑재된 프로세서 등이다.
이 컴퓨터의 활용처는 ‘유통’이다. 이 컴퓨터(일종의 칩)엔 암호화 기능을 탑재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담겨 있어 제품의 출하 시점부터 고객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제품의 출처나 이력, 판매자, 구매자 등을 인증하는 데이터를 담을 수 있고, 제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확실하게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IBM의 설명이었다.그렇다면 이 혁신적인 기술은 세상을 바꿔놨을까. 그렇지 않다. 크립토 앵커란 단어는 유통 시장에서 들리지 않는다. 관련 시장 규모를 분석한 보고서나 사용 중인 기업의 소식도 찾아볼 수 없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유통 현장에선 예나 지금이나 바코드나 QR코드, RFID(무선인식전자태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인식 장비만 갖춰 놓으면 추가 발생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개당 100원이 들고 고장의 위험성이 있는 초소형 컴퓨터를 굳이 쓸 이유가 없는 거다. 기존 인프라를 뒤엎을 만큼의 경제성과 편의성을 갖추지 못한 게 크립토 앵커의 패착이었던 셈이다. ■ 기술② 바다를 감시하는 AI=2018년 IBM은 인공지능(AI)을 통해 환경오염도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관점에서 5대 기술 중 한 자리를 ‘AI 로봇 현미경’에 할애했다. 원리는 이렇다. 클라우드에 기반한 소형 자율 AI 현미경을 전세계 바다에 배치해 수질을 검증한다. 일종의 ‘자연 지표’ 역할을 하는 플랑크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바다의 생태를 파악한다.현미경이 관찰한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 관련 기관에 전송한다. 이를 통해 육지에서 오염물질이 흘러가거나 기름이 유출되면 즉각 관련 기관에 알려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IBM은 이 기술이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는 바다의 오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 더스쿠프(https://www.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