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AI PC의 확산과 함께 노트북 시장의 화두가 전력 효율성으로 모아지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기술이 하드웨어의 한계를 돌파하는 열쇠로 떠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인텔과 협력해 노트북 HDR 모드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화질 경쟁을 넘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배터리 수명 연장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정조준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사가 공동 개발해 이날 공개한 기술은 '스마트파워 HDR(SmartPower HDR™)'이다. 핵심은 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전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데 있다. 그동안 노트북 사용자들에게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은 '계륵'과도 같았다.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해 생생한 화질을 제공하지만 배터리 소모가 극심했기 때문이다.기존 HDR 구동 방식은 콘텐츠의 종류와 관계없이 항상 최고 수준의 밝기를 낼 수 있도록 높은 전압을 고정적으로 투입했다.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처럼 높은 밝기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전력 낭비가 발생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은 HDR 패널을 탑재하고도 배터리 시간을 늘리기 위해 색감과 밝기가 제한적인 SDR(Standard Dynamic Range)을 기본 설정으로 출고해왔다.삼성디스플레이와 인텔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파워 HDR은 노트북의 두뇌인 시스템온칩(SoC)이 영상의 프레임별 최대 밝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 정보는 즉시 디스플레이의 타이밍 컨트롤러(T-CON)로 전송되며 T-CON은 픽셀의 작동 비율까지 계산해 딱 필요한 만큼의 전압만 공급하도록 제어한다.
기술 적용의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문서 작업 등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OLED 발광 소비전력을 22%까지 줄일 수 있다. 이는 전력 소모가 적은 SDR 모드와 유사한 수준이다. 고화질 게임이나 영상 구동 시에도 17%의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사용자는 배터리 걱정 없이 언제나 고화질 HDR 화면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이번 협력은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AI 연산 기능이 탑재된 PC는 칩셋 자체의 전력 소모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제한된 배터리 용량 안에서 전체 시스템의 사용 시간을 확보하려면 노트북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자사 기기의 전력 효율 최적화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부품사와 칩셋 제조사의 긴밀한 협업은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실제로 양사는 지난해 2월 양해각서 체결 이후 약 1년여간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보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사용자 경험 개선에 방점을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