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해나 작가의 인터뷰를 준비하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다른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한 권만 꼽자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라고 했다. 대체 어떤 점이 작가의 마음을 깊이 건드렸을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마흔둘에 첫 장편소설을 발표한 미국의 여성 작가다. 특히 퓰리처상을 받은 〈올리브 키터리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무뚝뚝하고 까칠하지만 어딘가 사려 깊은 중년 여성 올리브 캐릭터가 내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작가의 소설 중 드물게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된다. 1980년대 중반 ‘밤이면 환한 불빛이 기하학적으로 밝혀지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풍경’이 보이는 뉴욕의 한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의 시선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맹장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지 3주쯤 지났을 때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더니 침대 발치에 엄마가 앉아 있었다. 몇 해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엄마와 재회하며 자신이 떠나온 고향과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 마을 사람들을 회상한다.이야기는 주인공이 작가가 되어가는 여정을 동시에 비춘다. 집을 대신하는 추운 차고에서 지내며 부모의 폭력을 견디는 동안 힘이 되어주었던 독서, 단편소설을 발표하고도 친구가 읽지 않길 바라는 순간 같은 것들 말이다. 루시는 한 작가의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의 지난 시절에 대해 썼다가 이런 말을 듣는다. “내 말을 잘 들어요. 깊이 새겨들어요. 당신이 쓰고 있는 이것. 당신이 쓰고 싶어 하는 이것.” ‘이것’이 아주 좋다며 그 작가는 당부한다. 자기 글을 방어하지 말고, 누군가를 보호하려 하지도 말라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나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루시 바턴의 생을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죽음이 임박해 자신을 찾아온 딸에게 간절히 돌아가라고 말하는 루시 어머니의 삶도 궁금해진다. 모든 생이 감동을 준다는 마지막 문구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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