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일요일 오후였다. 햇살은 겨우내 묵혀 두었던 금빛을 꺼내들 듯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바람은 아직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느슨해져 있었다. 계절이 겨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봄 기운을 등에 업고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부산 드림씨어터로 향했다.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장이 무려 1700석이 넘는다는데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를 시도했지만 역시 좋은 자리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결국 아들과 나는 3층 2열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와 거리는 있었지만,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었다. 바다도 멀리서 보면 더 넓게 보이는 법이니까.사실 내가 사는 포항은 공연을 즐기기에 넉넉한 도시라고 하긴 어렵다. 좋은 공연은 대부분 부산이나 서울에서 열린다. 하지만 부산까지는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중학교 3학년쯤 되면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친구들이 더 중요해지고, 부모는 점점 '필요할 때 찾는 사람' 정도로 밀려난다. 그런데 뮤지컬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기니 공연 전에도, 공연 후에도 이야깃거리가 이어졌다.
그날의 감동은 그렇게 교육 메시지와 함께 조금 깨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는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니었다. 파이가 겪는 절망적인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 삶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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