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이 가벼웠다. 주머니에 손을 갖다댈 필요도, 집어넣어서 차 키나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 차 문은 저절로 열렸고 트렁크를 열기 위해 허리를 굽힐 필요도 없었다. LG이노텍의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처음 경험해본 순간 그동안 차를 이용할 때 감내하던 수고와 번거로움은 사라졌다.

LG이노텍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본사에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주제로 기술 설명회를 개최했다.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5G 통신 모듈, 차량용 AP 모듈과 함께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의 핵심 축인 차량통신(Connectivity) 사업의 주력 제품이다.

'디지털키'는 무선통신 기술로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 키다. 실물 키를 별도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디지털 키가 탑재된 차량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시동을 걸 수 있어, 차량 도난 위험도 적다.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기존 디지털 키의 성능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탑승자의 안전 및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실제로 이날 디지털키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기자가 시연 차량과 5m 떨어진 구간에 들어서자, 디지털키가 활성화되면서 차량 옆 설치된 모니터에 운전자를 환영하는 웰컴(welcome) 문구가 송출됐다. 차량 앞쪽에 다가서니 프론트 도어가 열렸고 뒤쪽으로 움직이자 백도어가 열렸다. 차량에는 기본적으로 6개의 디지털 키가 장착돼 탑승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사용자와 차량간 물리적인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은 기존 상용화된 제품에 적용됐지만 스마트폰을 안주머니나 가방에 넣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의 인식 거리가 줄어들거나, 스마트폰이 실외가 아닌 실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디지털키가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LG이노텍의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이런 불편을 해결했다. BLE(Bluetooth Low Energy∙저전력 블루투스) 뿐 아니라 광대역폭 주파수를 활용하는 무선통신 기술인 UWB(Ultra-Wideband∙초광대역)를 결합한 기술 덕분이다. 여기에 회사가 3D 좌표를 학습한 AI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고정밀 3D 측위 알고리즘을 추가로 적용, 스마트폰의 위치를 10cm 이내 오차 범위로 정확히 탐지한다. 

무거운 짐이 있을 때도 트렁크를 열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스마트폰을 꺼내기 위해 두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트렁크 밑 부분에 달린 '킥(Kick) 센서' 주변에 발을 갖다 대면, 디지털키를 소유한 탑승자의 킥 모션(Kick motion)이 감지되면서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고객의 수요에 따라 차량 조명을 깜빡이게 하거나,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펼쳐지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웰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 부가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아동 감지(CPD, Child-Presence-Detection)' 기능이 대표적이다. 차량에 남겨진 아이의 움직임 또는 호흡을 레이더가 즉시 감지한 뒤, 운전자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알람을 보내는 원리다.

미국 안전보장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만 차량에 홀로 남겨진 아동 39명이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고가 잇따르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차량 내 CPD 기능 탑재를 본격 법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안전 평가기관인 유로 NCAP(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은 올해부터 CPD 기능을 탑재한 차량에 가점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LG이노텍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에 탑재된 CPD 기능은 문이 잠긴 차량에 홀로 남겨진 6세 이하 아동의 미세호흡을 감지해 10초 만에 운전자에게 알람을 보낸다.

다만 기술 수준이 높은 만큼 가격경쟁력 확보가 숙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소프트웨어까지 내장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공정 최적화를 한다든가 원가절감 부분이 추가 반영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2017년부터 디지털키 모듈 개발에 뛰어들어 2019년 차량용 '디지털키 모듈'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제품 성능을 지속 고도화해 탑승자의 안전 및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2024년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개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LG이노텍의 차량통신 부품사업을 연 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