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시장에서 10년 만에 보조금 지급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를 지켜온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여파로 최근 한 달 만에 4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은 가운데 업계 2·3위인 KT와 LG유플러스는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미 휴대폰 구입 시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대당 20만원씩 인상되며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고객들의 유심 카드 교체를 마무리(신청 고객 대상)할 때까지 신규 고객 모집이 금지된 SKT가 7월부터는 신규 고객 유치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여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7월 중순이면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 폰도 출시되고, 통신사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하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도 폐지(7월 22일)되면서 보조금 경쟁이 10년 만에 가장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역대급 ‘쇼핑 찬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업계는 7월 22일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보조금 전쟁이 예전처럼 치열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사 간 점유율이 수년간 고착돼 온 데다 통신 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낮아 출혈경쟁을 벌이기엔 업체마다 부담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또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보조금을 상당 부분 지원했지만, 현재는 삼성전자 외에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없어 제조사 지원도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SKT 해킹 사태가 일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킹 이후 SKT에서 가입자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이탈한 것이다. 해킹 사고가 발표된 4월 22일 이후 5월 31일까지 SKT에서 KT, LG유플러스로 이탈한 가입자는 순감 기준 42만326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난달 말 보조금을 크게 인상했다. 출시 4개월도 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5(출고가 115만원)의 공시 지원금을 기존 50만원에서 70만원까지 올린 것이다.

이에 SKT도 공시 지원금을 똑같이 올렸다. SKT는 현재 대리점을 통한 신규 가입자 유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통신 3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판매점에선 이심을 이용하는 전제로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 SKT 관계자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