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쿠팡이 스스로 성장전략을 설명할 때 즐겨 썼던 표현이다. 매년 천문학적인 손실을 거듭 기록하던 쿠팡을 향해 회의적인 평가가 쏟아질 때면, 그때마다 쿠팡은 미래 성장과 수익 실현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며 안심시켰다.
결국 쿠팡은 보란 듯 증명에 성공했다. 쿠팡은 2022년, 역사적인 첫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한 뒤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투자 → 적자 → 성장 → 흑자’라는 쿠팡식 성공 방정식이 완성되는 듯했다.그랬던 쿠팡이 2026년 다시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약 1조2600억원(8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번 적자가 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과징금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손익계산서를 덮쳤다. 말하자면 ‘전혀 계획 안 된 적자’다.우려스러운 지점은 또 있다. 과징금이라는 일회성 비용 외에, 본업 성장 속도와 수익성 면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인천 물류센터 화재 손실이라는 또 다른 ‘계획되지 않은 비용’도 대기 중이다. 쿠팡에 새로운 시험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 쿠팡이 직면한 악재가 잘 드러난다.
쿠팡 올 2분기 매출은 약 13조3000억원(88억5600만달러)이다.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약 10% 늘었다. 매출만 보면 선방했다는 평가다.문제는 손익이다. 영업손실은 약 8350억원(5억5600만달러), 순손실은 약 8560억원(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약 1조2600억원까지 불어났다.가장 큰 원인은 과징금이다. 쿠팡은 2분기에만 약 6246억원(4억1000만달러)을 과징금 관련 비용으로 반영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과징금(2억7800만달러)과 제3자 광고 프로그램 개인정보 수집·보관 문제(1억3200만달러) 반영 비용을 더한 액수다.눈에 띄는 대목은 거액의 일회성 과징금을 빼고 보더라도 쿠팡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징금을 뺀 손실도 약 1억4600만달러(약 2190억원)에 달한다.본업에서 수익성 악화가 나타났다. 로켓배송·직매입·마켓플레이스·로켓프레시 등 쿠팡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커머스(Product Commerce)’ 부문 2분기 매출은 74억2500만달러(약 11조15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약 1% 늘긴 했다.반면, 같은 기간 조정 EBITDA는 6억6300만달러에서 3억8200만달러로 약 42% 급감했다.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실질 영업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를 매출로 나눈 값인 조정 EBITDA 마진은 9%에서 5.1%로 떨어졌다. 2023년 6.5%, 2024년 7.5%, 2025년 8.4%로 꾸준히 개선됐던 수익성이 꺾인 모습이다.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쿠팡은 “개인정보 사고 여파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공급망 관리비용이 늘고 고객 할인율이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개인정보 사고 발생 이후 기업이 치르는 비용은 과징금이 전부가 아니다. 고객 보상과 할인, 신뢰 회복을 위한 마케팅 등 여러 경로를 거쳐 영업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 단기 수요 충격이 물류망 효율을 깨뜨리며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평소 예측이 빗나가며 유휴 시설 비용과 재고 비용 등이 늘어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