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경남지역 양봉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서 일벌 수명이 단축되는가 하면 여왕벌 산란과 봉아(유충·번데기) 발육 위축으로 피해가 가을철까지 이어질 위기에 놓이면서다.
10일 지역 양봉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벌 개체 수 감소와 생산성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여름철 벌통 내부 적정 온도는 32~35도이지만, 연일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38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통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 일벌이 체온 조절을 위해 날개를 빠르게 부채질해 벌통을 통풍하거나 환기하는 ‘선풍 작업’과 수분을 퍼 나르는 데 부담이 커진다. 가뜩이나 여름철 일벌의 수명은 30~45일로 짧은데 ‘극한 더위’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봄가을에는 1~2개월, 활동량이 적은 겨울엔 6개월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 올 여름 대다수 개체가 벌통에 머물지 않고 육아를 포기한 채 출입구 주변에 앉아 간신히 날갯짓만 하는 모습이 관측돼 폐사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게 지역 농가의 목소리다. 이와 함께 여왕벌 산란 활동까지 사실상 멈추면서 오는 9~10월 꽃에서 꿀을 채취하는 시기에도 개체 수 부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예상된다. 특히 비교적 그늘이 많은 산지가 아닌 평지 농가에서는 알과 유충 등이 머무는 ‘소비’가 녹아내리는 현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꿀벌의 천적인 외래종 흑등말벌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역 농가에서 병해충 방제 활동에 밤낮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양봉업을 하는 이재봉(71) 씨는 “올 여름을 나면서 일벌 수가 50~60%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6월부터 월동 직전까지 1통을 2, 3통으로 늘리는 분봉 작업 중 개체 수가 6000마리에서 1만5000마리로 늘어야 하는데 되레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봉군을 고추 등 시설하우스에 투입해 작물의 수분(꽃가루받이)을 돕기로 한 농가에서는 꿀벌 수 감소로 인한 계약 불이행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정현조(70) 한국양봉협회 경남지회장은 “벌이 모자라 계약을 날리고 위약금도 물 수 있다”며 “2023년도에도 민사 소송을 검토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이에 경남도는 우선적으로 여름철 꿀벌 피해를 최소화하는 예방 요령을 도내 시·군과 양봉농가에 전파하고 나섰다. 벌통과 50㎝ 거리에 투과율 50~80%의 차광망을 설치하고 벌통의 출입구를 적절하게 열어 바람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3083농가서 34만2224군을 사육하고 있다. 1군당 개체 수는 1만5000~2만 마리다. 도 관계자는 “농가 피해를 인지하고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투입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작업자의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에도 유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창원 등 경남 20곳과 부산의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주의보를 해제했지만 당분간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