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세계의 눈은 이미 그다음 기술로 향하고 있다.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래의 컴퓨팅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에게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큐비트, 중첩, 얽힘 같은 용어들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쉽게 설명해주는 책은 많지 않았다.
『양자컴퓨터 레시피』는 이러한 간극에서 출발했다.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해온 세 명의 실험물리학자가 머리를 맞댔다. 각자의 연구실에서는 경쟁하듯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한 가지 생각만큼은 같았다. “양자컴퓨터를 더 많은 사람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요리라는 친숙한 비유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설명하는 『양자컴퓨터 레시피』다. 복잡한 수식 대신 재료와 조리법, 레시피라는 언어로 양자의 세계를 풀어낸 이 책은 양자컴퓨터를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이번 책을 함께 쓴 김용수·최태영·김요셉 저자를 만나, 그들이 처음 양자컴퓨터에 매료된 순간부터 대중서를 쓰게 된 이유, 서로 다른 연구 분야가 만나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인공지능 다음 시대를 이끌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출처 : 채널예스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 다음 시대를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처음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했을 때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김용수 사실 처음부터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양자광학으로 이 분야에 입문했고, 오랫동안 빛의 양자적 성질을 이용한 양자 통신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빛으로 정보를 보내는 것뿐 아니라 계산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광자 양자컴퓨터 연구로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양자 통신과 비교했을 때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매력은, 역설적이지만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술 자체도 어렵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공부할수록 더 깊은 질문이 생깁니다. 그만큼 도전의 크기가 크고, 그 도전 자체가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얻게 되는 부산물, 예를 들어 정밀 광학 기술이나 초저손실 소자 같은 것들이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완성되었을 때 열릴 가능성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최태영 제가 물리학을 전공하며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던 시기(1997~2011년)는 양자컴퓨터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와 분자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연구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단일 원자나 분자의 스핀(spin)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정보 저장의 최소 단위로 활용하는 초소형 메모리 기술에 매력을 느껴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전후로 양자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초 연구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저 역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 분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궁금했기 때문’이고, 또 ‘매우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남들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큰 보람을 줍니다. 또한 학생들을 교육하며 미래의 양자기술을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 역시 연구 못지않게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미래 세대를 키워낸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김요셉 제가 박사과정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상과학에 가까운 기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활용 가능성보다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것을 직접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간단한 결과 하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쓸모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산업계의 투자가 가속화되고 해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어렵게 구현하던 양자얽힘도 훨씬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가야 할 기술이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박사학위를 마칠 때쯤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많은 분야이지만, 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미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양자컴퓨터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일반 독자들에게 여전히 어렵고 낯선 분야입니다. 대중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김용수 양자물리를 소개하는 대중서는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정확하고 동시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양자역학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컴퓨터를 구현하는지까지 설명하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워낙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대중이 그것을 마법 같은 기계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원리를 이해시킨 다음, 실험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법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피땀 흘려가며 만들고 있는 실재하는 물건이라는 것을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양자컴퓨터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태영 저는 그동안 양자역학과 양자정보를 가르치면서 현재의 교육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사용하는 양자역학 교재와 교육 방식은 반세기 동안 큰 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최근 양자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실제 산업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보면 교육의 접근 방식도 조금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배울 때 모든 학생이 반도체 내부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복잡한 방정식부터 깊이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원리를 이해한 뒤,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배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양자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깊이 있는 이론 교육은 필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양자컴퓨터의 핵심 개념과 가능성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 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양자역학이나 양자기술을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김용수 단장님께서 ‘양자컴퓨터 레시피’라는 주제로 집필을 제안해주셨고, 지금 시점에서 제가 가장 빠르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양자컴퓨터를 어렵고 낯선 기술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기술로 느끼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요셉 제가 양자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부 시절 읽었던 데이비드 달링의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순간이동이 정말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구나’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는데, 그 안에 양자컴퓨터에 대한 내용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져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양자컴퓨터라는 낯설고 신기한 세계에 처음으로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2005년 무렵의 기술 수준으로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10큐비트 규모 이상으로 확장하는 데 큰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천 개의 원자를 제어하고, 양자 오류정정까지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권의 책을 통해 양자기술에 매료되고 결국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듯이,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어렵고 낯선 분야이지만,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고 도전할 가치가 큰 분야입니다. 『양자컴퓨터 레시피』를 읽은 독자들이 양자컴퓨터를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고, 나아가 이 흥미로운 연구를 함께할 미래의 동료로 성장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양자컴퓨터를 요리에 비유하게 된 계기와,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무엇이었나요?
김용수 사실 저는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과학과 닮은 점이 참 많더군요. 재료를 이해하고, 순서를 지키고, 조건을 정밀하게 맞춰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요. 양자컴퓨터도 과학이니 당연히 닮은 점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요리로 연결되었습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측정 기반 양자컴퓨터’입니다. 회로 기반 방식에 비해 너무 독특한 접근이라 사실 연구자들도 처음 접하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게이트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만으로 계산이 된다는 개념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나온 책을 보니 꽤 흡족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최태영 ‘레시피’라는 아이디어는 김용수 단장님께서 처음 제안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양자컴퓨터를 요리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필을 시작해보니, 재료를 준비하고 적절한 순서와 방법으로 조합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요리와 양자컴퓨터 사이에 의외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결국 큐비트라는 재료를 준비하고, 다양한 양자 게이트를 조합하여 원하는 계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복잡한 양자 개념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설명하면서도, 물리학적으로 지나치게 왜곡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비유는 이해를 돕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자칫하면 실제 물리 현상과 다른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필 과정 내내 ‘이 비유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타당한가?’를 계속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즉 세부적인 물리 내용을 모두 담기보다는, 독자들이 전체적인 원리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요셉 김용수 단장님께서 처음 양자컴퓨터를 ‘레시피’에 비유해보자고 하셨을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잘 맞아떨어지더군요. 지금은 양자컴퓨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큐비트가 양자적 성질을 잃어가는 과정을 재료가 상하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실제 양자게이트의 오류 대부분은 게이트가 작동하는 동안 큐비트가 양자성을 잃는 데서 비롯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가 상하고, 그에 따라 요리의 결과가 나빠지는 과정과 닮아 있는 셈입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양자 측정’이었습니다. 중첩된 상태를 측정하면 확률적으로 0 또는 1의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하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더 잘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들도 왜 측정하는 순간 하나의 결과로 결정되는지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분들도 양자 측정은 양자역학이라는 게임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 출처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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