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브로드컴 본사 및 관련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브로드컴은 전세계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중·고대역 PAMiD △와이파이·블루투스 콤보 △독립형 위성측위시스템(GNSS) 등 무선 주파수 프런트엔드(PFFE) 및 커넥티비티 부품 시장에서 전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삼성전자는 그동안 부품 대부분을 브로드컴으로부터 조달해왔으나, 2019년 9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일부 모델에 브로드컴 경쟁사 부품을 채택했다. 그러자 브로드컴은 2020년 2월부터 삼성전자의 부품 구매주문에 대한 승인 및 선적·기술지원·생산 등을 중단하겠다며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했다.삼성전자의 경우 통상 2주에서 4주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규 부품을 발주하는 경우 12주 이상 시간이 소요돼 사업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을 노린 것이다. 이와 더불어 브로드컴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이 작동하기 위해선 브로드컴이 제공하는 펌웨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브로드컴 기술지원 없이 이를 직접 해결할 수도 없는 처지이기도 했다.결국 삼성전자는 2020년 3월 브로드컴과 일정 금액 이상의 부품 구매를 강제하고 미달 시 차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기계약을 체결해야만 했다.공정위는 2023년 10월 브로드컴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삼성전자에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처분에 불복한 브로드컴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 역시 공정위 손을 들었다.대법원은 먼저 △브로드컴이 이 사건 부품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지위에 있었고 원고들 또한 삼성전자가 장기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점 △스마트기기 생산·판매의 특성을 고려하면 대체 부품으로의 전환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이 사건 장기계약이 정한 최소구매 및 차액배상 약정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부품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됐다”며 “또 장기계약 체결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최소구매 약정에는 삼성전자의 자발적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며 삼성전자의 불이익을 상쇄할 만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 등 원고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가지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대법원은 이외에도 “원고들이 이 사건 부품의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매우 이례적인 수단으로 삼성전자에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등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