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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화려했던 삼성생명…씁쓸한 '상장 10년'

단팥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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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시총 4위 화려한 증시 입성

저금리 장기화로 실적 개선 발목

최근 2년 남짓에 시총 18.3조 증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3만7500원→4만5950원'. 오는 5월 '상장 10년'을 맞는 삼성생명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실적이 뚝뚝 떨어지자 주가도 속절없이 흘러 내렸다.
상장 당시 23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반토막을 넘어 지금은 9조원선 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5% 하락한 4만5950원에 장을 마쳤다.
2010년 5월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다.
올해 초 7만4000원에 출발했던 주가는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 37.9% 떨어졌다.
작년 고점(3월15일, 8만8700원)과 비교해서는 48.2%나 미끄러졌다.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은 상장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20조원 이라는 사상 최대 공모액에 걸맞게 상장 첫날(2010년 5월12일)부터 갖가지 기록들을 세웠다.
공모가(11만원) 보다 높은 11만4000원에 첫 거래를 마쳐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차에 이어 단숨에 시총 4위(22조8000억원)에 올라섰다.
첫날 거래금액은 1조1400억원으로 이날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7조3000억원)의 15%를 차지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금융 라이벌인 신한지주(당시 시총 5위, 20조5500억원)와 KB금융(8위, 18조9300억원)을 밀어내고 금융대장주 자리도 꿰찼다.
당시 보험업종 전체 시총(약 50조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생명의 등장으로 코스피 시총의 2~3%에 불과했던 보험업종 비중은 두 배 가량 늘었다.
증권사들은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리며 증시 입성을 반겼다.


그러나 이같은 관심은 금새 시들해졌다.
삼성생명 주가가 수 년간 9만~11만원대에서 지루하리만큼 횡보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관심은 멀어져갔고 시총 순위는 서서히 뒷걸음했다.
2017년 하반기 반짝 상승하는가 싶더니 그 해 11월 정점(13만7500원)을 찍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2018년 6월 10만원선이 깨진 데 이어 그 해 11월 9만원대가, 작년 5월엔 8만원대 마저 무너졌다.
저금리 장기화로 업황 자체가 안 좋은 데다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올들어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져 최근엔 4만원대 중반까지 내려 앉았다.


전날 종가(4만5950원)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시총은 9조1900억원, 순위는 25위까지 밀렸다.
역대 최고가였던 2017년 11월1일 시총 27조5000억원(9위)과 비교하면 2년4개월새 현 시총보다 2배 많은 18조3100억원(-66.5%)이 증발한 셈이다.
KB금융(시총 17위, 13조6800억원)과 신한지주(18위, 13조2600억원)에 따라 잡힌 것은 물론 상장 당시 경쟁 상대로 보이지도 않던 삼성화재(30위, 7조9300억원)와 하나금융지주(32위, 7조2300억원)에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전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장 당시 2.48%에서 지금은 0.73%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사그라들었다.


주가 급락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20.76%)의 지분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조931억원에서 1조9078억원으로 1조1853억원 급감했다.
2대주주인 삼성물산(19.34%)도 지분가치 하락에 따른 단순 손실액만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그룹사 시총 순위에서도 삼성전자(시총 1위)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4위), 삼성SDI(8위), 삼성물산(11위), 삼성에스디에스(20위) 등에도 뒤쳐저 있는 실정이다.
계열사 중 상장 후 주가가 빠진 거의 유일한 종목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향후 삼성생명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보험업계 침체에 더해 저금리 장기화로 실적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작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급감한 어닝쇼크의 성적을 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생보업계 경영 여건은 더욱 버겁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향후 2년간 배당성향을 상당 수준 높이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도 펼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실적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울한 상황을 대변하듯 기관투자자는 지난달 초부터 22거래일 연속 삼성생명 주식을 순매도 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115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개인(999억원)과 외국인(99억원)이 이 물량을 받아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이 1년간 12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고형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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