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연구팀이 암 재발 가능성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암세포의 생존 원리를 밝혀냈다. 이 원리는 기존 연구들이 지목한 암 억제 유전자 기능 파괴에 대한 연구 결과와 달리 재발없는 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단초로 평가된다.
R-포인트에서 세포분열과 세포사멸을 결정하는 분자적 기전. /한국연구재단 제공30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배석철 충북대학교 의대 교수팀은 최근 암세포가 자살을 결정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는 핵심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세포가 생명을 지속하거나 사멸하도록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인 ‘
R-포인트(
Restriction point)’의 진행과정에서 그 원리를 찾았다.
대부분의 암 환자는 항암제를 복용해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더라도 10년 이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을 지닌다. 처방받은 항암제와 다른 유전자 변이로 인해 또 다른 종류의 암세포가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의 재발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기능 파괴로 인해 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p52의 기능이 복구돼도 이미 발병한 암은 치료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도 나와 암 재발에 대한 새로운 원리 정립이 대두된 상황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R-포인트는 세포분열 과정의 한 단계다. 정상세포는 삶의 결정을 스스로 내려 분열하지만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세포는 이
R-포인트에서 스스로 사멸을 결정한다. 인체 내에서 스스로 돌연변이 세포를 제거하고 정상 세포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세포분열 과정에서 암의 재발을 차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관찰 결과, 암세포는 생존이나 사멸을 결정하는
R-포인트 과정에서 ‘
Runx3’라는 유전자의 기능이 저하됐다.
이 같은 사실을 역으로 생각하면 암세포에 유전자
Runx3를 넣어주면
R-포인트가 정상화되고, 다른 정상 세포의 사멸 없이 암세포만 스스로 세포 사멸을 결정하도록 할 수 있다. 암세포에서 이
Runx3의 역할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골자다.
배석철 교수는 "
R-포인트는 암세포 자살을 유도하므로 이론적으로 암세포의 효과적 제거와 다른 암유전자의 2차적 활성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원리를 적용해 재발없는 항암제 개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4월 23일자에 실렸다.
[김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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