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대장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케빈이 불길에 휩싸인 샘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당신을 지킬 겁니다(I’ve got you, Sir)’ 외쳤죠. 두 사람 모두 일어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200일을 맞은 7일 군사 작전 중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미군에게 주어지는 ‘퍼플 하트(Purple Heart) 훈장’ 수여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행사를 가졌다. 이날 트럼프가 호명한 샘 브라운과 케빈 젠슨은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전우(戰友)다. 험비 차량이 급조 폭발물(IED) 공격을 받으면서 거기에 탑승하고 있던 브라운 중위가 전신의 30%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는데, 그때 불길에 휩싸인 브라운을 구원한 게 포수(砲手)인 젠슨이었다. 이날 두 사람은 격한 포옹을 했고 이스트룸에선 한동안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노란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도 여기에 감동한 듯 계속해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정말 좋다”고 했다.

브라운과 젠슨 두 사람의 이야기는 미국에서 군인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전우애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공개 석상에서 종종 언급된다. 불길에 휩싸인 브라운이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하자 젠슨은 모래를 사용해 화염을 진압하는 기지를 발휘했고, 그렇게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던 상관의 목숨을 구했다. 브라운은 ‘제가 당신을 지킬 겁니다’란 젠슨의 말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는데, 이날을 ‘생존의 날(Alive Day)’이라 명명했고 동명의 자서전도 펴냈다. “나에게 있어서 육체적 생존뿐만 아니라 영적인 의미의 재탄생을 의미한다”며 “이때부터 ‘내가 사는 삶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모토를 갖게 됐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는데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의 초상이 새겨진 보라색 심장 모양의 훈장은 1782년 제정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 훈장이다.젠슨 덕분에 목숨을 구한 브라운은 텍사스주(州) 육군 병원에서 회복하던 중 병원 영양사로 일하던 배우자와 만나 세 자녀를 두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와 네바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등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군 경력을 살려 트럼프 정부 보훈부의 기념사업 담당 차관에 취임했다. 지난 1일 더그 콜린스 보훈장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그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줬는데 “나는 오늘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봉사의 부름에 응한 모든 참전 용사들을 위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고 했다. 브라운의 동생 다니엘도 군인이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다 3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해 주변의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브라운은 이날 백악관 행사 뒤 X(옛 트위터)에서 젠슨과 포옹한 사진을 공유하며 “그가 없었다면 나는 오늘 여기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고맙고 사랑한다 브라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브라운은 상원 청문회 당시 “젠슨의 말이 나에게 희망의 기적을 주었다”며 “내가 전장(戰場)에서 받았던 ‘제가 당신을 지킬 겁니다’란 메시지가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보훈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당신을 지킬 것’이라 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8월 7일을 ‘국가 퍼플 하트 훈장의 날’로 선포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그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이들은 총탄을 맞고, 잔혹한 폭탄을 견디며 전장에서 피를 흘렸다”며 “우리는 그들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용기와 강인함의 모범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미국인은 180만명이 넘는다. 백악관은 브라운과 젠슨 두 사람의 사연에 대해 “영웅적인 이야기(heroic story)”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