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조차 다녀보지 못한 여성이 평생 모은 재산 40억 원을 대학에 기부했다. 기구한 삶을 살아온 끝에, 그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심했다.

19일 충남대학교는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 거주 중인 윤근(88) 여사가 40억 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개인 기부로는 1990년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의 50억 원 상당 기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윤 여사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장평면이다. 농사꾼 부모 아래 태어났지만,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조차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재혼하며 가족은 늘었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3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고, 이후 남의집살이를 전전해야 했다. 17살에 광산 인부였던 남편과 결혼했지만, 생계는 여전히 막막했다. 나뭇짐을 져 팔아야 겨우 끼니를 해결할 정도였다.  

19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도자기 공장, 행상 등 가리지 않고 일했다. 한글을 독학했지만, 또래들이 대학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이후 청양으로 내려와 옷 행상을 시작했고, 5일 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어 세 차례 유산을 겪었고, 남편은 결국 새 가정을 꾸렸다.  

서울로 돌아와 사글세 2500원짜리 흙집에서 다시 시작했다. 노점, 행상, 허드렛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산이 서울보다 일자리도 많고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서른 중반에 단돈 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향했다. 가정집 가사 관리부터 숙박업소 허드렛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10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은 끝에, 부산 영도 남항 인근에서 2층짜리 ‘동남여관’(현 동남파크)을 인수했다.

이후 30년 동안 숙박업을 운영하며 자수성가했고, 1995년에는 같은 자리에서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현재도 그는 여관 건물 꼭대기 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윤 여사는 “동남여관은 제 인생이 담긴 곳입니다.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걸 보고 저도 언젠가 고향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제야 그 꿈을 이뤄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윤 여사님의 삶은 우리 국민이 겪어온 역사의 축소판”이라며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기부받은 건물을 교육시설이나 수련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