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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감동

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

lsmin0420
LEVEL99
출석 : 300일
Exp. 98%
[등록된 소개글이 없습니다]

저는 인터넷 기사였었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복학을 준비하려고 하니

 

IMF로 인하여

 

집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중

 

'KX 인터넷 설치기사 모집-1만원/건

 

초보자도 하루 세 건은 함'

 

이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한 달 25일을 일하면 25X3=75...

 

'일단 편의점 보다는 많다!'

 

라는 생각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다행히 군대서 통신병을 하였고,

 

대학생이라 하니

 

선로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셨는지

 

합격이 되었습니다

 

 

뭐.. 통신병이었으나 무전병이었다는 것과

 

대학생이나 계산기도 버겁게 다룬다는

 

사실은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죠..

 

 

그렇게 시작한 설치기사 일을

 

6개월 일하고 6개월 복학을 하고

 

다시 6개월 휴학하고 일하고

 

다시 6개월 복학을 하고

 

이렇게 5년이란 세월을 보냈습니다.

 

 

인터넷 설치기사라는 게

 

항상 처음 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한 시간 가까이 방안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려야 하는 직업 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집 다니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첫 번째, 밥 차려 주신 할머니

 

 

한창 바쁠땐 하루에 열 집 이상을 돌아야 합니다.

 

물론 10만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는 무상A/S도 있고

 

설치가 안 되는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많아 운이 좋으면 6~7건을 하는데

 

그나마도 한 달내 해지를 하면

 

설치비가 나오지 않아..

 

생각처럼 때돈은 안 벌립니다

 

 

8시에 출근해서 오더를 받고

 

전화를 일일이 드려 시간약속을 잡고

 

장비를 수령하고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9시를 보통 넘깁니다

 

 

방문해 달라는 시간도 제각각이라

 

황량한 동네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가로 지르며

 

점심을 굶기 일수죠..

 

 

그날도 아마 길거리 표 햄버거를 먹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설치를 갔을 겁니다.

 

 

90도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설치후 기사평가를 하는데 불친절 뜨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출근했는지

 

할머니 혼자 계셨습니다.

 

 

컴퓨터가 있는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사부작 사부작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를 한참하고 있는데

 

밥상을 들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젊은이... 먹고하지?"

 

머슴밥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이

 

새로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반찬도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국과 밥이 한 개인걸 보면 저만 먹으라고

 

일부러 지으신 밥이었습니다.

 

 

차마 "어르신 제가 오기 전에

 

햄버거를 먹어서 배가 부릅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또 배는 불렀지만 어르신의 정성이

 

배속의 햄버거를 '좌우로 밀착' 시켰습니다.

 

 

우물쭈물하던 제가 밥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신 후에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남김없이 밥을 먹는데

 

목이 메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이 아직도 계시는 구나..'

 

 

하지만 밥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분이 드시는 보약이라며

 

대접에 데운 보약을 가져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 기술이 좋구먼

 

힘든 일 하는 것 같은데 몸이 재산이여"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일단 먹고 마시고 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어르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다신 뵙지 못 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르신!“

 

 

 

두 번째, 합동설치

 

 

K* 인터넷은 전화국과의 거리가

 

인터넷 품질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신호가 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신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있던 전화국에는 전화국에서 먼

 

그것도 상당히 먼 지역에

 

소위 말하는 달동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곧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선로에 대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곳이었죠

 

 

한 번은 그곳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주소가 '산108번지 아무개씨네 댁'

 

이렇게 나옵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산108번지 통장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댁에 인터넷 설치를 왔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직접 집으로 안내를 해 줍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문이자 + 현관문이자 + 안방문인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두 평 남 짓 되는 방 입니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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