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진 건 가을. 내가 다시 그에게 연락한 건 다음 해 여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맨날 SNS만 훔쳐보다가 덜컥 메시지를 보냈다.
“잘 지내?”
아, 뻔한 멘트. 내가 봐도 진짜 구리다고 생각하던 중 ‘읽음’ 표시가 떴다. 헉, 핸드폰 하는 중이었나? 이렇게 빨리 읽다니. 그가 답장을 썼다 지웠다 하는지 ‘…’ 표시가 생겼다 사라졌다 했다. 긴장되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답장을 기다렸다.
“오랜만이네. 그럭저럭 잘 지내. 무슨 일 있어?”
헤어진 지 1년이 다 되어 연락한 나에게 그는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자존심이 세서 절대 먼저 연락할 내가 아닌데,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었던 거겠지. 놀랐을 그가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답장이 와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반쯤 섞인 웃음이었다. ‘무슨 일 있냐니. 아직도 너무 보고 싶은 게 일이라면 일이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구차한 답장을 보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연락하면 안 되는데, 오늘은 그냥 연락하고 우스워지는 게 나을 것 같더라. 보고 싶어서 연락했어.”
정말 그가 비웃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건 나였으니까. 우리가 헤어지던 날, 그는 내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울면서 매달렸다. 그 후로도 수없이 전화를 걸었고, 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오기도 했고, 주말엔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나는 그때마다 매정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을 법도 한데, 그는 밥 한 번 먹자는 내 말에 흔쾌히 응해줬고 우리는 일주일 뒤 자주 데이트했던 동네에서 만났다. 저녁은 됐고 술이나 먹자는 그를 따라 조용한 술집에 들어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하던 일은 잘 되고 있는지 한참을 얘기했다.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나는 우리가 다시 사귀는 줄 착각하기도 했다. 그의 눈빛에서도 진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 눈빛에 용기를 내어 진짜 속마음을 전했다. 다시 해보자고, 그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헤어진 이후로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정말이었다. 나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SNS에 들어갔다. 그가 SNS에 의미심장한 노래 가사를 올리면 혹시 내 얘기인가 싶어 괜히 기대했다. 예쁜 카페 사진이라도 올라오는 날엔 누구랑 간 건지, 새 여자친구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그가 한참을 말없이 생각이 잠겼다. 그리고 힘들게 입을 뗐다. 솔직히 많이 흔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나를 좋아하지만 그때만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우린 헤어진 사이고, 헤어진다는 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거. 그래도 그가 미웠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시 만나면 더 좋을 수도 있는데 그걸 한 번 안 해주나 싶어서. 계속 설득해보려는 나와 달리 그는 점점 더 단호해졌다. 그리고 우는 나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