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쥔 채 스크롤을 넘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손목 속 ‘작은 터널’에 문제가 생겨 저림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손목에는 터널처럼 생긴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과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 절반 정도의 감각과 손바닥 감각을 담당한다.

손과 손목을 장시간 반복 사용하면 이 터널을 덮고 있는 횡수근 인대와 터널을 지나는 힘줄이 두꺼워진다. 그 결과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에 감각 이상이나 저림, 통증 등이 나타난다.

특히 손을 많이 쓴 날은 증상이 더 심해진다. 또 엄지손가락을 벌려 물컵을 잡기가 어려워지는 등 엄지두덩(손바닥에서 엄지손가락 쪽에 불룩 솟아 있는 부분) 근육이 위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진행됐다는 신호다. 

이러한 손목터널증후군은 손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가사 노동이나 주방 업무, 목수 등 육체노동 직종에서 흔히 나타난다. 또 40~60대 중년 여성,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주 사용하는 사무직 근로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학생들도 많이 발생한다.

또 만성 신부전 투석 환자 중에서도 나타나며, 임신이나 폐경기 등 호르몬 변화, 손목터널 내 종양, 외상에 의한 손목 골절 역시 주요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내분비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이 손목 내부 조직의 부종과 염증을 유발해 정중신경을 압박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생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이나 주사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 개선이 없거나 근육 마비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횡수근인대를 절개해 정중신경의 눌림을 없애는 방식이다. 손바닥 부위에 작은 절개창을 내어 국소마취로 진행된다. 수술 시간은 15분 정도로 짧고, 보통 수술 후 1~2주 정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오치훈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손이나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평소 손가락과 손목을 늘여서 펼치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거나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쓸 때 정중신경이 딱딱한 것에 눌리지 않도록 손목 쿠션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