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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 왜 법관에게 맡기나

tre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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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비롯된 선거관리의 부실을 이유로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전직 대법관과 현직 법원장, 부장판사들이 대거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국회의 국정조사에도 증인으로 불려 나가게 생겼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재판과 달리 행정업무인 선거관리에 관하여 해당 선관위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위원장이 수사나 조사를 받는 것을 거부하거나 피하기는 어렵다. 직권남용이나 선거법위반 같은 형사책임은 기본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지는 것이지만, 국정조사 나아가 국민의 여론 앞에서는 과실도, 전문성이 없는 것도, 실력이 부족한 것도 모두 위원장의 책임 영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정지역의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공교롭게도 이유가 있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서 남은 투표용지를 의혹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에 중앙선관위가 내부 규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만들면서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지난 세 번의 대선과 총선에서 70%, 지난 지방선거에서 60%였던 것을 50%까지 낮추었다. 그런데 인쇄수량을 그 지침의 하한까지 줄인 선관위 관할 지역 중 본투표 비율이 높은 투표소에서 이런 부족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선관위에서 사소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실수를 한 것이고, 기존의 투표율이나 지역별 본투표율 등 과학적인 분석에 돌발 변수까지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노력과 실력의 부족이다. 이 사태에서 보듯 선거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공정성은 필요조건이고, 전문성이 충분조건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3.15.부정선거와 4.19.혁명 이후 헌법기관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늘 공정성에만 방점을 찍어 왔다. 그에 따른 편리하고도 경제적인 선택으로 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을 겸직하게 하는 관행을 60년 이상 유지해왔다. 이것은 선거관리라는 행정 영역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사법부의 법관을 빌려와 그 권위에 의탁한 것이었다.

 

판사시절, 지역 선관위원장을 몇 번 한 적 있다. 선거관리위원으로 지명되어 첫 회의에 나갈 때 매번 의문이자 걱정이 하나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제5조 제2항)에 따르면 각급 선관위의 위원장은 당해 선관위원 중에서 호선(互選)하도록 되어 있다. 꼭 판사가 선관위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판사 중 선관위원장이 되지 못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과 달리 매번 호선 절차에서 만장일치로 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영광스럽긴 했지만, 솔직히 선관위원장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 판사로서 사무분담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선관위원장으로서 일하는 시간은 오롯이 야근과 주말근무로 이어졌고, 잘하면 티가 나지 않는 반면, 잘못하면 바로 문제가 되는, 속된 말로 ‘잘 해야 본전’인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비전문성과 무능함을 지적받고 있다. 거기서 법관들이 각급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번 사태에 필연적으로 이어질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에 선관위원으로 현직 법관은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선관위가 명실상부한 헌법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한 제언이기도 하지만, 사법부가 논란이 많은 선거관리 행정업무에서 절연하고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들의 정당한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출처 : 법률신문(https://www.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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