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에서 "통합 자체보다 추진 방식과 절차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충분한 숙의와 단계적 검증 없이 구조적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29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맥앤윕에서 대전CBS가 개최한 대전·충남 행정통합, 기회인가 위기인가: 미래 전략과 과제 토론회에서 "행정통합 논의가 인구 36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원, 4년간 20조원이라는 재정 인센티브 같은 총량 지표에 의해 감정적으로 설득되고 있다"며 "지금 아니면 뒤처진다는 조급함이 통합의 타당성을 묻는 질문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곽 교수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이택구 대전 유성갑 당협위원장, 이창기 대전충남행정통합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권선필 목원대 교수, 김재섭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곽 교수는 행정통합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자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 "착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통합이 균형발전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더라도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제기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통합이 가져올 구조는 결정은 더 멀어지고 책임 주체는 흐려지며 주민은 주체가 아닌 행정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곽 교수는 충청광역연합을 중요한 비교 사례로 들었다. 그는 "초광역 행정 수요가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은 과거의 처방"이라며 "이미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구조적 통합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협력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통합이 아니라 공동 의사결정 구조와 공동 예산, 공동 책임, 전담 인력 등 제도 설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는 "선진국은 정부를 합치는 대신 각자의 자기통치권을 유지한 채 문제의 규모에 맞춰 함께 결정하는 '공유통치' 원리를 제도화해왔다"며 "충청광역연합 역시 재정과 권한, 중앙정부의 적극적 보충성이 결합됐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하기 전에 초광역 협력 모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시민 앞에서 먼저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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