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KT 등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온라인 폭파 협박이 잇따르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9분경 카카오 고객센터(CS센터) 게시판에 "삼성전자 수원시 영통구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총기로 쏴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카카오 측이 즉시 신고했다.
글 작성자는 자신의 이름을 ○○○이라고 적었지만, 다른 신상 정보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삼성전자 본사 내 주요 지점의 CCTV를 확인하고 현장에 경찰관을 투입해 안전 여부를 점검했다. 확인 결과, 폭발물 등 실제 위협 징후는 발견되지 않아 건물 전체 수색 대신 순찰 강화로 마무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누군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카카오·네이버·KT 등에 폭파 협박글을 올리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비슷한 유형으로 보이지만, 앞선 사건 게시자와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동일인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48분에도 카카오 CS센터 게시판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제주 본사, 네이버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을 광주광역시 모 중학교 재학생 A군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은 해당 학생의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A군 이름으로는 지난 17일에도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폭파하겠다"는 협박글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해 성남시 분당 소재의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네이버 건물에 대해 별도의 경찰특공대 투입 등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새로 언급된 카카오 제주 본사는 폭발물 처리반(EOD)이 수색에 나서 직원 110여 명이 대피 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지난 15일에는 자신을 대구 모 고등학교 자퇴생이라고 밝힌 B씨 명의로 폭파 예고 글이 작성돼 일부 직원이 대피했고, 17일에는 KT 온라인 간편가입 페이지에 "분당 KT 사옥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글이 같은 명의로 올라왔다. 경찰은 B씨 명의 역시 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 협박 글은 모두 서로 다른 국적의 해외 IP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접속 국가가 제각각이지만 글 형식이 유사한 점을 근거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작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건을 분당경찰서에서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해 통합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