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이 남긴 쪽지

서울 외곽에 작은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다.

거기 80대 할머니가 혼자 사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택배가 오면 문 앞에서 반갑게 인사하셨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할머니가 나오질 않았다.

택배 기사님은 걱정이 됐다. 매일 문 앞에 짐만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느 날, 조심스레 작은 쪽지를 남겼다.

“할머니, 요즘 안 보여서 걱정돼서요. 괜찮으시면 이 쪽지에 O 하나만 그려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택배 상자 위에 작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하얀 종이에 빙긋 웃는 듯한 글씨체로 ‘O’ 하나가 적혀 있었다. 기사님은 그걸 보고 속으로 한숨 돌렸다.

그 후 몇 달이 지났고, 어느 날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할머니가 계시던 집 앞에는 감사 인사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동안 택배 올 때마다 혼자라는 생각이 덜 했어요. 기사님 덕분에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기사님은 그걸 보고 조용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다음 배송지를 향해 묵묵히 차에 올랐다. 

그런 작고 소소한 마음들이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