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소설 속 생명체) 하이브리드(혼종)의 세계를 음악을 통해 접하시면 더 큰 감동을 받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최초로 공연을 연다.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는 여름 대표 클래식 음악 축제 '힉 엣 눙크!'(Hic et Nunc!)를 통해서다.베르베르는 다음 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힉 엣 눙크!'의 일환으로 열리는 '키메라의 시대: 신인류의 상상적 미래'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국내 출간을 앞둔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을 바탕으로 만든 클래식 음악회다. 김택수 작곡가가 책의 내용에 기반해 작곡한 신작 '키메라 모음곡'에다가 베르베르의 내레이션이 결합됐다. 베르베르가 직접 내레이션을 썼고 이를 무대에서 프랑스어로 낭독한다. 화면에는 영어와 한글로 자막이 제공된다. 세종솔로이스츠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키메라의 땅'은 근미래에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디엔에이(DNA)와 동물의 DNA를 결합해 만든 하이브리드 생명체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과 두더지가 결합한 '땅속에 사는 인류', 인간과 박쥐가 결합한 '공중을 나는 인류', 인간과 돌고래가 결합한 '물속에 사는 인류' 등이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로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 10년 후에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썼다"고 설명했다.베르베르는 공연을 제안받고 관객 앞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사 시대에 이야기꾼은 모닥불 옆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했다"며 "글을 쓴다는 건 이야기를 하는 것의 연장선에 있는데, 글을 쓰면서 독자를 바로 만날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바로 볼 수 있어서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너무나 독창적인 프로젝트라 생각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낭독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목소리가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인토네이션(음의 높낮이 변화)과 어조로 (글의) 느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작가의 목소리가 담고 있는 많은 부분을 독자들이 만날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베르베르는 김택수 작곡가의 음악에 관해 "영화 음악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음악은 각각의 악기가 하나의 요소를 대변하는 식으로 짜였다고 한다.

그는 "김택수 작곡가의 음악이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곡이 아니라 초연인 작품이어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