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반도체 값이 치솟는 ‘칩플레이션’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새 제품값이 오르자 중고 전자기기 수요와 가격도 함께 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체 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는데, 컴퓨터(22.2%)는 훨씬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D램(445.4%)과 컴퓨터 기억장치(223.2%)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이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애플도 지난달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최대 25%까지 올리면서 “이렇게 빠르게 부품값이 오른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이 시점에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이 커졌고, 그만큼 스마트폰·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마침 3분기는 반도체 업계의 성수기이기도 하다. 삼성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같은 하반기 신제품이 이때 몰려 나오고, 제조사들이 연말 쇼핑 시즌을 대비해 미리 부품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와 연말 재고 비축 수요가 겹치는 시점에 공급까지 부족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
이달 22일 나오는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이 이 흐름을 가늠할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해당 기종은 512GB 이상 고용량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 4월에도 폴드7 고용량 모델 출고가를 3.7%가량 올린 바 있다. 외신들은 고용량 모델 가격이 80달러 안팎 오를 것으로 보는데, 원화로 따지면 512GB 모델은 약 336만 원 수준이다. 애플도 9월 첫 폴더블 아이폰을 2000~2500달러대(원화 312만~390만 원대)에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쳐 부담을 더한다. 환율은 1560원 선을 위협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3분기엔 16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제품 값이 오를수록 중고 시세도 같이 뛴다. 창원에 사는 한 소비자는 “중고로 스마트폰을 사려고 알아봤는데 새 제품이랑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나서 그냥 새걸 살까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에 새로 나오는 모델은 너무 비쌀 것 같아서 기존에 나온 모델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전자기기 매장 관계자도 “새 제품 값이 많이 오르니 중고를 봤다가, 중고 가격도 많이 올라가는 추세라 ‘이 가격이면 새 제품을 산다’며 다시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꽤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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