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올 가을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서로의 ‘안방’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스마트폰 대전(大戰)의 키워드로는 ‘슬림’과 ‘인공지능’(AI)이 꼽힌다.

28일 삼성전자는 전 세계 미디어·파트너를 대상으로 ‘갤럭시 이벤트’ 초대장을 발송하고 “갤럭시S25 시리즈의 새로운 패밀리(가족)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신제품 공개는 독일 베를린에서 오는 9월 5일(현지시각) 개최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를 통해 이뤄진다. 업계에선 이번 갤럭시 이벤트를 통해 갤럭시S25 팬에디션(FE)과 갤럭시탭 S11 시리즈가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FE 모델을 연말에 공개·출시해 왔다. 갤럭시S23 FE의 경우 2023년 12월에, 갤럭시S24 FE는 작년 11월에 국내 출시됐다. FE는 플래그십 모델에서 인기를 끈 기능은 유지하면서 일부 사양을 낮춰 가격을 저렴하게 기획한 제품을 말한다. 갤럭시S25 시리즈는 기존 3종(기본·플러스·울트라)에 엣지(5월 23일 출시)·FE 모델까지 추가되면서 보급형부터 플래그십까지 모든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가 9월에 이례적으로 FE 모델을 공개하는 건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일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다음 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 내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17 시리즈’ 등을 공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이벤트에 대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제품 공개 일정보다 한발 앞서 FE 모델을 선보이면서 맞불을 놓은 것”이라며 “갤럭시S25 시리즈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FE 모델에 대한 수요도 높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갤럭시 따라 얇아지는 아이폰

아이폰17 시리즈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은 ‘에어’ 모델이 추가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리즈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에어 모델은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얇은 5.5㎜ 두께가 적용된다. 이는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5.8㎜)로 나온 ‘갤럭시S25 엣지’보다 얇다. 애플은 에어를 시리즈에 추가하는 대신 기존 4종(기본·플러스·프로·프로맥스)에서 ‘플러스’를 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슬림폰을 출시하는 건 앞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25 엣지와 폴드·플립7을 출시하며 시장 수요를 확인한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갤럭시Z 폴드7의 경우 접었을 때 두께가 8.9㎜다. 바(bar) 형태의 갤럭시S25 울트라와 비교해도 0.7㎜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펼쳤을 때 두께는 4.2㎜에 불과하다.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에어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의 발자취에 따라 ‘얇아진 스마트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2026년 9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폴더블폰의 길을 열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삼성전자는 ‘얇은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출하량을 끌어올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은 8% 상승했고, 시장 점유율도 1%포인트(P) 올랐다.◇ ‘안방’ 시장 공략에 집중… 관건은 ‘AI 완성도’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번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서로의 안방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판매량 기준 점유율 82%를 차지했다. 이 기간 ‘역대 최대 판매 점유율’이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전자의 독주가 아이폰17 시리즈 출시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애플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포함하는 등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애플페이에 티머니를 도입하며 ‘현지 맞춤형’ 전략도 강화하는 추세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삼성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높아지고는 있으나, 애플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여전히 굳건해 9월부터는 삼성의 독주가 다소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삼성전자 역시 최근 미국 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31%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3%)와 비교해 8%P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56%에서 49%로 7%P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AI 기술력 차이가 이런 변화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능은 올 하반기 두 회사의 스마트폰 경쟁에서도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 6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25)를 열고 신규 AI 기능을 대거 공개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능이 삼성전자가 작년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선보인 것과 동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성형 AI와 음성인식 비서를 결합해 사용성을 끌어올린 ‘시리 2.0’ 버전의 출시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사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30초 분량의 광고 영상을 통해 아이폰의 AI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갤럭시Z 폴드7와 아이폰을 나란히 보여준 뒤 ‘AI 사진 편집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7 시리즈에서도 AI 완성도가 갤럭시에 비해 떨어진다면 혁신을 상징해 왔던 애플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