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유죄 판단 대부분이 유지됐지만, 형량은 기존 징역 23년에서 8년 감형됐다. 한 전 총리를 시작으로 1심 재판마다 들쭉날쭉했던 내란 주요 혐의자들의 형량이 항소심 단계에서 일정한 범위 내로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는 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만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내란 가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내란 행위에 가담하기로 결의하고 형식적인 국무회의 소집을 돕는 등 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돌려보며 계엄 후속 조치 이행방안을 논의한 혐의와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뒤 이를 폐기하게 한 혐의도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다만 일부 유죄 판단은 무죄로 바뀌었다. 계엄을 막기 위해 국무총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부작위 혐의’를 2심 재판부는 무죄로 뒤집었고,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과 관련한 부작위 혐의도 “불고불리의 법리에 따라 파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불고불리는 공소 제기가 없는 사건은 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일부 헌법재판소 위증 혐의에도 무죄가 선고됐다.재판부는 “행정부의 2인자로서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기 위해 사후적인 범행들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한 전 총리를 질타했다.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한 그의 태도 역시 양형 가중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상계엄의 충격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50여년간 공직자로 국가에 헌신한 점, 내란을 사전에 모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자료는 찾기 어렵다는 점은 감형 사유로 참작됐다.법조계에서는 형량이 8년 줄어든 것을 두고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 가담 피고인들 사이 형량 균형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는데, 역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됐던 이 전 장관은 3분의 1 수준인 징역 7년이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에서 각기 다른 재판부가 정한 형량 차이가 크다 보니 항소심 재판부가 균형을 잡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형량 편차를 줄이려는 경향은 한 전 총리 선고를 시작으로 이어질 내란 가담 피고인 항소심 재판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건을 서울고법에 설치된 두 곳의 내란전담재판부가 전담하는 만큼 튀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줄었다.이날 판결은 1심에 이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한 첫 항소심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도 유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법 12-1부는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도 맡고 있다.선고 내내 대체로 굳은 표정으로 선고를 듣던 한 전 총리는 중간중간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전 총리 측은 선고 직후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판결문 분석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우성 특검보는 “원심 선고형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다.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