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수사 종료를 사흘 앞둔 11일 윤석열 정권 고위 관료를 무더기 기소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최상목 전 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불법계엄과 관련해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추가로 기소됐다.
박 전 장관은 불법계엄 당시 법무부 하급자들을 조직적으로 계엄에 동참시키려 했다는 혐의(내란 중요임무종사)를 받는다. 그는 계엄 선포 당시 법무부 검찰국에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출입국본부에는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을 확인하고 수용 공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이런 명령을 내린 점을 볼 때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고 이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박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김건희 여사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 여사를 수사하려던 검찰 수사팀 구성 경위 등을 파악하라고 아랫선에 지시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의 부탁을 받고 이례적으로 법무부에 정보보고를 하라고 지시한 점을 볼 때 통상적 업무를 벗어난 위법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 정당화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사실도 포착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그에게 적용했다.특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마은혁·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의 임명을 고의로 지연하고, 후임 재판관은 졸속 검증 끝에 임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는 각각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낼 때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특검은 한 전 총리의 경우 이들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점, 최 전 부총리는 재임 기간 내내 마 후보자만 집요하게 임명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이들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의무를 인지하고도 고의로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한 전 총리는 이 일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당했는데,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후 권한대행으로 복귀했을 당시 공석이 된 다른 헌법재판관 후보를 지명하면서 졸속 검증을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4월 임기가 만료된 문형배 당시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 전 법제처장과 함상훈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이들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의뢰한 지 하루 만에 지명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인사 담당자들이 ‘문제없이 인사 검증을 했다’는 취지의 허위 보고서를 만든 점, 법적으로 인사 검증권을 가진 법무부·국정원 직원이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한 전 총리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검은 여기에 당시 대통령실 소속이었던 정 전 실장과 김 전 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개입했다고 판단했다.이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11일 국회에 나와 ‘안가 회동’ 참석자 등에 대해 허위로 증언한 혐의(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로 기소됐다. 특검은 최 전 부총리도 지난달 17일 한 전 총리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에서 문건을 확인했는지를 놓고 허위 증언을 했다고 보고 위증 혐의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