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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서 기후예측까지 … 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

또융
BEST3
출석 : 35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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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 4월 말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측정연구동.


지하 1층에 위치한 초전도 양자컴퓨터 실험실로 향하니 컴퓨터와 수십 여 개 줄로 연결된 원통 모형의 냉각기가 보였다. 그 안에는 이른바 미시세계에서 존재하는 양자역학을 적용한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가 있었다.

이 양자컴퓨터에 활용되는 고주파 장비를 설치하는 이스라엘 업체 '퀀텀머신즈' 관계자는 "컴퓨터와 연결된 수십 여 개 줄을 통해 전기 자극을 양자컴퓨터에 전달한다"며 "5개 줄에서 1개의 큐비트(양자컴퓨터 단위)를 만드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과학계와 글로벌 빅테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자컴퓨터 기술 시장에서 한국도 이처럼 담대한 도약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후발 주자인 국내에선 박사급 인력이 300명 수준에 그치는 등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도 계산하지 못하는 것을 한 번에 '연산(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향후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병렬 계산에 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1평 남짓 공간을 차지한 양자컴퓨터의 경우 20큐비트(2의 20승을 한 번에 계산) 성능을 가지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수백 평 규모로 들어서야 가능한 계산 수준이다.

연구원은 총 5대 양자컴퓨터를 구축할 예정인데, 이 중 20큐비트 성능은 4대, 50큐비트 성능은 1대가 들어서게 된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장은 "아직 양자컴퓨터로 어떤 현상을 계산하는 단계는 아니고 빈 노트북 형태로 보면 된다"며 "외산 장비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이를 기반으로 큐비트를 만들고, 최적화 소프트웨어 모델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 두 가지 비트만 존재한다. 평균적인 성능을 지닌 컴퓨터는 1초에 8500만회 계산을, 슈퍼컴퓨터는 1초에 1000조번 계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0과1의 무수한 조합을 하나하나 일일이 계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 위해 최대 1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고, 전기료 등 운영비도 많이 들어간다. 챗GPT를 계산하는 컴퓨터가 1억명 사용을 가정했을 때 연간 약 6000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상태로 있다. 0일 수도 1일 수도 있는데 그 중간에 무한한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이 단위를 '큐비트'라고 한다. 이는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인 양자의 성질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에 여러 상태로 존재가 가능한데, 이를 양자의 '중첩'이라고 일컫는다.

또한 양자는 이 같은 여러 상태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이를 양자의 '얽힘'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관측할 경우 해당 결괏값을 보전할 수 있어서, 양자의 중첩·얽힘 현상을 이용해 막대한 병렬 연산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일 3큐비트라고 가정하면 000 001 011 010 100 101 110 111 등 8가지(2의 3승)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있다. 

 

8가지 경우의 수를 동시에 병렬 계산하면서 얽힘 현상을 활용해 그중 가장 좋은 최적 조합을 발견하면, 이를 결괏값으로 추출할 수 있다. 컴퓨터가 8번 계산해야 하는 상황을, 3큐비트 양자컴퓨터는 1번에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50큐비트(2의 50=1000조) 이상의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1초에 1000조번 계산)를 대체했다고 일컬어진다. 슈퍼컴퓨터가 1초에 1000조번을 계산할 동안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1번만 계산하고 해당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양자컴퓨터는 구축 비용이 수십억~수백억 원 정도로 슈퍼컴퓨터에 비해서 저렴하다.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전기료 역시 슈퍼컴퓨터의 0.1%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양자컴퓨터가 컴퓨팅 분야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기업 IBM이 올해 433큐비트 양자컴퓨터, 2025년까지 418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 계획이 실현되면 현존 슈퍼컴퓨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막대한 계산을 바로 할 수 있다.


이 같은 양자컴퓨터는 주로 신약 개발, 기후 예측 등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이 필요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금융(포트폴리오 최적화), 화학(분자설계 최적화), 의료(암 치료용 약물 발견), 제약(알츠하이머병 등 특효약 개발), 항공우주(비행 제어 시스템 오류 잡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스웨덴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로 계산할 수 없는 분자의 특성을 양자컴퓨터로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신약과 신소재 개발에 필요한 화학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피부로 체감하는 상용화 시점에 다다르는 데는 앞으로도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로 오류 문제 때문이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크게 보아 영하 270도의 극저온에서 구동되는 초전도 양자시스템, 이온트랩 양자시스템 등이 주류 방식이다. 문제는 양자 단위가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조금의 진동이나 혹은 온도 변화만 있어도 중첩 현상에서 벗어나 버린다는 데 있다. 양자컴퓨터는 1000번의 연산당 1번의 오류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번에 1000조 단위의 계산을 하면 조 단위로 오류가 나는 셈이다. 양자컴퓨터 계산값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큐비트(연산 큐비트) 주위에 여러 개 큐비트(오류 보정 큐비트)가 달라붙는 형식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메딕과 마린의 조합을 생각하면 된다. 현재는 메딕 1명(연산 큐비트)에 마린 99명(오류 보정 큐비트)이 붙는 식인데 계속 효율성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오류가 없는 큐비트를 10초 정도 구현하는 것은 2025년 전후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띄웠다고 해도 이를 비행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최소 10여 년이 걸렸다. 오류 없는 큐비트를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상용화되는 시점은 2035~2040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시장은 올해 8억6600만달러(약 1조1258억원)에서 2028년 43억7500만달러(약 5조687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30%대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긴 하지만, 시장 규모는 약 5조원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1435조원)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후발 주자인 국내 연구진 및 기업 입장에선 양자컴퓨터 기술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관련 산업 생태계에서 대표적인 부품 및 소재를 생산하는 형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스라엘 고주파 장비업체인 '퀀텀머신즈'나 극저온 시스템을 만드는 핀란드의 '블루포스'가 대표적인 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향후 양자 산업이 커지면서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양자 산업 쪽으로 뛰어들어 잠재력이 더욱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핀란드 블루포스와 같은 소부장 기업을 우리도 선제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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