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기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일까?
14일 저녁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강의실에서 개최된 허경 철학자의 특강에서는 챗GPT와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시각이 제시됐다.다소 딱딱한 강의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참석자들의 반응을 유도하며 강연을 재밌게 이어갔다.이날 참석자들 중에는 챗GPT를 직접 이용해봤다고 대답한 사람이 절반 가량 됐으며, ‘AI와 함께하는 미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절반 정도로 나뉘었다.허경 철학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챗GPT로 인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강연에서는 인공지능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도 유명한 레이먼드 레이 커즈와일(Raymond Ray Kurzweil)의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언급됐다.기술적 특이점이란, 인공지능 발전이 가속화 돼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한 것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을 가리키는 용어로, 허경 철학자는 이를 ‘생각하는 컴퓨터가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풀이했다.인류의 지성을 뛰어넘는 ‘생각하는 컴퓨터’에 대해, 강연 참석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보였다. 허경 철학자는 기술적 변화는 대중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기술적 특이점이 찾아와 인류의 지성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면, 인류는 커다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성적인 면에 있어 인간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와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이날 강연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불투명한 미래’와 ‘생각하는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허경 철학자는 “생각하는 컴퓨터를 통제한다는 것은 정의상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다가올 미래를 현재의 관점에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이어지는 강연에서는 AI와 인간의 윤리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 인간은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 등 흥미로운 주제와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강연이 끝난 뒤에는 ‘인공지능이 철학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그들도 사람처럼 대해줘야 할까?’, ‘이성을 대표하는 과학자들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이해할 수 있는가?’ 등 깊이 있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통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이번 특강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최·후원하고 진주문고 주관 하에 ‘2023 명사초청 시민 인문강연’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진주문고 관계자는 “이슈가 되고 있는 챗GPT 관련 특강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특강들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한편, 허경 철학자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와 철학연구소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인 ‘혜염 철학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아울러,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포함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질 들뢰즈와 미셸 푸코와 같은 철학자들의 많은 작품들을 번역하기도 했다.출처 : 이뉴스투데이(http://www.enew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