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 과정을 두고 여야 갈등이 격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조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 요구의 건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것,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에게 사전에 연락을 돌린 점 등의 논란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청와대와) 싸우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법사위 출석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는 범여권 주도로 재석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가결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오늘) 법사위를 앞두고 어제 대법원장이 한 행태는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행태”라며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조 대법원장이 전날 노태악,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는데, 대통령과 협의 없이 일방 통보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이날 법사위에서는 노 처장이 1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들에게 전화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노태악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사람 중 한 명에게 전화해서 사퇴하라고 한 적 있냐”고 물었고, 노 처장은 “전화한 적 있지만 사퇴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직권남용”이라며 “대법관후보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중 대법원장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이냐”고 질타했다.노 처장은 대법관 후보를 놓고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협의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냐”고 묻자 “끝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본인 판단에 따라 제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여권의 갈등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싸워보자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 처장은 “싸우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했다.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대리인 뒤에 숨지 말고 법사위에 직접 출석해 209일간 제청을 지연한 이유와 후보자들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돌린 이유 등을 소명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남희 의원도 “합의 안 된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하면 정부는 물론 국회도, 국민도 가만있지 않고 결국 임명도 안 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나”라며 “대법원장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정회 직후 회의장 앞에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 처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추천된 후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사실을 지적하며 조 대법원장의 해명을 요구했다.이들은 입장문에서 “노 처장은 사퇴 요구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추천된 후보 4명이 모두 동의하면 기존 추천 절차를 다시 거치는 방안을 후보자에게 직접 제시했다고 밝혔다”며 “이는 사실상 이미 추천된 후보들에게 지위를 내려놓고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후보자 접촉을) 누가 지시했는지, 조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경위와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이에 국민의힘은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맹비난했다. 야당 간사 박형수 의원은 “대법원장 제청권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임명 제청이 지연된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대통령 뜻에 따라야 한다면 제청권이 왜 있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