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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어프로치] '자중지란' 한국당, '길 잃은' 한국 축구와 닮았다

나폴레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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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지방선거 참패 수습 방안으로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 장면. /문병희 기자

 

 

한국당, 18일 당 쇄신안 발표하자 내홍 사태…"정신 못 차렸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펼쳐졌다. 전후반 90분 동안 혈투를 벌였던 결과는 한국의 실망스런 0-1 패배였다. 한국이 첫 승리 상대로 지목한 스웨덴에 지면서 목표인 16강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론은 불 보듯 뻔했는데, 결과보다 과정을 질타하는 성난 목소리가 컸다. '단 한 개의 유효슈팅이 없는 졸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전략과 선수 기용 실패였다'는 등등.

나름 축구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을 내놓으며 설득력 있게 비판하는 이도 많았다. 아시아 지역 예선과 본선을 치르면서 불안한 수비를 노출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평가전을 가지면서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막상 뚜껑을 연 월드컵 본선에서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제점을 보완해 전술과 조직력을 날카롭게 다듬어 나와도 부족할 판에 가진 것조차도 월드컵 본무대에서 100%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차례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했던 몇몇 선수를 계속 선발하는 '인맥 축구'를 의심하며 뻔한 결과를 자초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월드컵 1차전에 앞서 일부 팬들은 전력상 우위에 있는 강팀과 경기를 치르는 만큼 투지와 투혼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결과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인구 34만의 아이슬란드 선수들처럼 똘똘 뭉쳐 뛰기를, 후반 인저리타임의 프리킥 기회를 살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는 포르투갈 호날두처럼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동료와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희생과 정신력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 속에서 선수들은 둔한 움직임과 손발이 맞지 않는 엇박자를 보이며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물론 선수들은 온 힘을 쏟아 최선을 다했겠지만, 실망한 일부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면서 신태용 국가대표 감독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18일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 경기가 끝난 후 허탈해 하는 시민들. /김세정 기자 

 

 

 

자유한국당의 '혁신 작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6·13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궤멸 수준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한국당은 등 돌린 민심을 확인하고, 최근에야 대대적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며 수습 방안을 내놨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중앙당 해체와 당명 교체,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와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쇄신안 작업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상황에서 한국당 내부에서 잡음이 새어 나온다. 재선 의원들은 "왜 마음대로 하느냐"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일부 당직자들은 "김 대행 본인부터 퇴진하라"며 아우성이다. 초선 의원들도 "중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이 존폐 기로에 설 정도로 중차대한 상황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나 말고 네가 희생해'라는 셈인데, 마치 나에게 공이 올까 두려워하는 것을 연상케한다. '원 팀(One Team)' 정신도 실종됐다.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는 한국당의 쇄신을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지리멸렬한 계파 싸움 조짐이 다시 보인다는 점도 건전한 야당의 탄생을 바라는 국민의 답답함을 더한다.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행이 '오버'한 것 같다"면서 "김 대행을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이 기회에 비주류에서 주류로 전환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勢) 신경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이 회생하느냐 호흡기를 떼느냐는 중차대한 시기에 해묵은 계파 갈등이라니….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패한 당시 새누리당은 계파 간 다툼으로 진통을 겪다가 비대위를 꾸렸고,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다 '친박계 인적 청산'은 미완으로 끝났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때는 팀의 구심점인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당에서는 '숙련가'를 찾아볼 수 없다. 개인주의와 파벌에 의한 조직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김성태(가운데) 지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당을 해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쇄신안을 발표했다. 당 내부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없는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신진환 기자

 

 

문제는 한국 축구처럼 병인을 알면서도 제대로 처방을 못 한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민심을 잃은 까닭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고,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읽지 못했으며, 기득권과 구태를 완전히 떨치지 못해 낡은 보수 정당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로는 처절한 반성을 한다. 하지만 처방 단계에 들어가면 제각각이다. 당 쇄신안을 두고 당이 두 쪽 날 것처럼 보이는 한국당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승리(당 개혁)'의 목적은 같은데, 손발이 안 맞으니, '헛발질'만 하는 꼴로 비치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당 안팎의 쇄신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한국당으로서는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당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왜 질책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국민의 처지에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국민은 선거 패배 뒤 무릎 꿇고 빌고,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이름을 바꾸는 시나리오를 자주 봐온 '쇼'라고 보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한국당과 같은 보수지만 창피해서 보수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보수 본산'의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목소리다. 하나의 목적의식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국민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진짜' 혁신을 이뤄야 진정한 '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 훗날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마치 러시아월드컵 1차전에서 실망을 안겨준 한국 축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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