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총 9부작 중 3화부터 이탈자가 속출하고 ‘끝까지 본 나를 칭찬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오픈했지만, 여전히 시청자의 싸늘한 외면을 받고 있는 디즈니+ 드라마 ‘북극성’(연출 김희원, 허명행) 이야기다.
전지현, 강동원 주연에 집필료가 가장 비싼 정서경 작가의 대본으로 기대감이 증폭됐지만 진부한 냉전 아이템과 억지스러운 반미 코드, 여기에 공중파 스타일의 로맨스까지 겹쳐져 ‘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박한 평가가 다수다.
잘 빠진 첩보 극인 줄 알았지만 막상 서사의 대부분은 로맨스로 포장된 불륜극 또는 공감하기 어려운 정치 이야기로 채워지다 보니 ‘이 드라마의 정체가 뭐냐’는 항변까지 나온다.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작은아씨들’의 정서경 작가이다 보니 주요 플롯은 여주 캐릭터에 집중되고 남자 캐릭터는 이를 받쳐주는 역할로 배치됐는데 여기까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전지현이 문주라는 인물을 재해석하지도, 체화하지도 못한 듯한 평면적인 연기를 보여주다 보니 정주행에 제동이 걸리고 서사도 밋밋하게 전개됐다. ‘가지 않겠어요’를 비롯해 전지현의 몇몇 대사는 밈처럼 희화화되기도 했다. ‘영화 ‘도둑들’에서 애니콜이 딱이다’, ‘촌스럽고 진부한 연기에 오글거렸다’는 혹평이 전지현으로선 억울하겠지만, 정서경 작가의 문어체 대사를 호흡과 발성의 묘미로 재가공하지 못한 탓에 자승자박 형국이 됐다.
한 시청자는 “초반부 강동원이 전지현을 구하기 위해 기차 객석에서 폭탄을 점프해 피하는 장면을 보고 이게 과연 500억 대작이 맞나 싶었다”고 했다. 긴장감은 커녕 최소한의 리얼리티도 고려하지 않은 엉성하고 불친절한 연출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혹평이다. 한 엔터 관계자는 “가뜩이나 요즘 드라마 시장이 힘든데 ‘북극성’, ‘다 이루어질지니’ 같은 대작들이 이렇게 힘없이 쓰러지면 K콘텐츠 산업에 좋을 게 없다. ‘무빙’ 정도는 돼야 시즌2 소식이 있을 텐데 여러 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지만 ‘초중반은 별로지만 뒤로 갈수록 몰입해서 봤다’, ‘전지현, 강동원 멜로가 귀해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배우의 케미는 좋았다’ 같은 호평도 있다. ‘12회였다면 이야기의 설득력이 더 잘 갖춰졌을 것’이라는 후기도 눈에 띈다.
한편, 지난 9월 디즈니+의 월 이용자 수는 268만 명으로 전월보다 7만 명 감소했다. ‘북극성’ 오픈에 맞춰 한시적으로 구독료까지 낮췄지만, 이는 디즈니+ 한국 상륙 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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