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 본부장은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 상반기 가동될 슈퍼컴퓨터 6호기 활용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병렬 계산에 최적화된 처리장치인 GPU를 슈퍼컴에 대거 탑재해 AI와 클라우드 등 관련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적극 활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제6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고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는 내용의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 인프라 고도화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2929억5000만 원을 투입해 600페타플롭스(PFlops) 성능의 슈퍼컴퓨터 6호기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롭스는 컴퓨터가 1초에 수행할 수 있는 연산 수로 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다. 600페타플롭스는 초당 60경 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70억 명의 인구가 9800년간 계산해야할 양을 1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이다.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사업은 지난해 5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국가초고성능 컴퓨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예타 조사를 신청했고 지난 8월 통과되며 현실화됐다. 이 본부장은 "총 예산으로 3100억원을 요청해 2929억원가량이 책정됐다"며 "예산이 30~40% 깎이는 사업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업의 타당성을 국가가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새로운 슈퍼컴퓨터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본부장은 "현재 활용되는 누리온의 노후화와 시스템 과부하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1년(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평균 사용률이 77%, 최대 사용률이 90.1%에 달했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연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통상 사용률은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70~80% 이상 사용시 과부하 상태로 정의한다.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가 급부상하며 슈퍼컴퓨터 수요가 늘었지만 연구 지원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과제 지원률은 2016년 85%에서 지난해 51%로 급감했다. 지난해 연구자가 슈퍼컴퓨터 10시간 사용을 요청했을 때 평균 5.1시간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미다.
새롭게 도입되는 슈퍼컴퓨터는 대규모 계산이 요구되는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적으로 사고·판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나 원자 수준의 변화를 관측하는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국민 생활이나 위기관리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슈퍼컴퓨터를 기초과학 연구 위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며 "탄소중립, 기후변화, 에너지 대책 등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주제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 6호기는 세계 순위를 앞다투는 처리용량을 갖춰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6호기의 성능은 현재 시장 기준 2~3위, 설치 시점 기준 세계 8~11위 정도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1988년 국내 첫 슈퍼컴퓨터 1호기가 도입된 이후 2018년 5호기가 도입되기 까지 국내 슈퍼컴퓨터는 총 네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쳤고 내년 다섯 번째를 앞두고 있다. 조민수 KISTI 부원장은 "6호기가 도입되면 5호기에서 지원하던 연구 과제를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밟는다"며 "2024년경 퇴역할 5호기는 대학교, 연구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