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16일 오전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4년 간 20번. 시장실 컴퓨터만 벌써 네 번째 털리는가 보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성남에서 쓴다"면서 "과거에는 군화발이 정치적 공간을 없앴다면, 지금은 정치보복에 따른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이 정치의 시계를 멈추게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은수미 시장은 전날 '20번째 압수수색을 겪으며'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지난 4년 간 사업과 행정에 멈춤이 없도록 정말 노력했지만 업무공백이 생기고 필요한 자료가 사라지는 피해는 어쩔 수가 없어 매번 만회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다. 그래서 '소는 키우자'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 시장은 "검·경이 경쟁적으로 성과에 매달리고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도 그럴 능력도 없다"며 "일기장부터 은행계좌, 카드기록까지 반복적으로 털리면서 검·경이 얼마나 집요한지 온몸으로 이미 체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사람 입을 맞추면 호랭이도 만들어내는데 수십명의 증인을 불러 수천 쪽의 진술조서를 만들어내는 검찰의 능력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 증언대에 세울 기세"라며 "제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래도 이 말씀은 드려야겠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지지했던 것 아니겠나"라며 "정부와 여당이 정치를 짓밟는 검·경에 맞춰 함께 칼춤을 추면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제가 불출마를 선언했던 것도, '메시지 경쟁은 사라지고 메신저 죽이기만 난무'하여 행정과 정치의 공백이 야기되는 것을 조금은 막을 수 있겠다 싶던 탓이다. 하지만 역부족"이라면서 "20번째 압수수색에, 끊임없는 고소·고발에, 새로운 고발위협까지 겹쳐, 행정은 위축되고 정치는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제 정치적 무능력을 절감하고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끝으로 은 시장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보복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하겠다는 것을 어찌 말리겠나. 검·경이 20번째 압수수색을 할 정도로 열심이니 그들에게 맡기고 '소를 키우자'는 것"이라며 "전쟁터에서도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죽이는 전쟁에 집중할지, 살리는 정치를 만들어낼지는 우리가 특히 정부여당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다. 시민들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데 여야가 어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은수미 성남시장.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16일 성남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때 추진된 사업과 각종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성남시청에 수사관 1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도시계획 및 주택 관련 부서 등이며, '옹벽 아파트'로 알려진 백현동 A 아파트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로 백현동 사업 과정에서 성남시의 법령 위반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이재명 의원과 그의 측근 등이 용도 변경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개입 여부 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찰은 전날 의혹의 중심에 선 김인섭씨의 자택과 김씨가 일했던 부동산개발사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거주지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측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수사를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