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를 중심으로 AI PC용 가속기 칩 ‘GAIA(가이아)’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PC 시장을 둘러싼 반도체 업계 경쟁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레노버와 미국 HP 등 일부 PC 제조사에 GAIA의 시제품을 공급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AIA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4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조되는 AI 가속기로, 생성형 AI 연산에 최적화된 NPU(신경망처리장치) 중심 구조를 채택할 전망이다.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을 차세대 칩에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기술로,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절감하는 것이 그 골자다.삼성전자가 PC용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약 12년 만이다. 지난 2012년 저사양·저전력 크롬북용 엑시노스 칩을 공급한 바 있으나, 자체 설계 프로세서가 PC에 직접 탑재된 것은 2014년 출시된 삼성 크롬북 2세대가 마지막이었다. 이번에는 지난 십수 년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NPU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AI PC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상황이다.삼성전자가 다시 PC용 반도체 시장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AI PC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AI PC 시장 규모가 2025년 1096억6000만달러에서 2034년까지 5743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성숙기에 접어든 PC 시장에서 생성형 AI의 확산, 이에 대응하는 차세대 PC 수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PC는 단순히 새로운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를 넘어, 사용자 단말 내에서 실시간 번역, 문서 작성, 이미지 생성, AI 에이전트 기능 등을 수행하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업체 각각의 전략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인텔은 기존 x86 생태계와 CPU 중심 구조를 기반으로 AI 기능을 프로세서 내부에 통합하며 시장 시배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AMD는 라이젠 AI 시리즈를 앞세워 CPU·GPU·NPU 통합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범용 컴퓨팅 성능과 AI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행보로 프리미엄 PC 시장 공략에 그 역량을 투입하는 모양새다.퀄컴은 애플을 제외한 윈도우 PC 시장에서 ARM 아키텍처를 가장 앞서 활용해 온 업체다. 저전력 설계와 AI 프로세싱 효율을 앞세워 x86 중심 PC 시장의 구조 변화에 도전 중인 가운데, 현재 스냅드래곤 X 시리즈를 앞세워 PC 완제품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꾸준히 확장, 강화하고 있다.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AI 시장에서 구축한 GPU 경쟁력과 CUDA(쿠다) 기반 AI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PC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AI 모델 개발, 추론 환경에서 입증된 강점을 AI PC 플랫폼에 이식함으로써,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자 등 전문가용 PC 시장에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선택한 ‘4나노 NPU+PIM’ 조합은 방대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읽고 쓰는 AI 연산 과정에서 전력 소모를 크게 낮추고 응답속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곧 전력과 방열 특성상 제약이 뚜렷한 노트북 환경에서 안정적인 작업 효율과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또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AI 인프라를 넘어 AI PC 시장에서도 메모리 최적화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모바일 AP, NPU, 메모리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설계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나아가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완제품(갤럭시북) 제조 역량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역시 ‘삼성표 AI PC’ 플랫폼의 완성도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PC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경쟁사 간 승부는 칩 성능만으로 결정되진 않을 수 있다”라며,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주축, 주요 PC 제조사 수주, 운영체제 최적화 등, 플랫폼 전반의 실용성과 접근성이 대중적인 인기나 특정 고객군의 수요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